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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랄랄라님의 서재
  • 정신의 삶
  • 한나 아렌트
  • 35,820원 (10%1,990)
  • 2019-06-10
  • : 1,632

우선 이 책에 담긴 아렌트의 방대한 연구 결과에 경의를 표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상가들의 철학을 섭렵하고, 관련 연구 자료를 모두 읽는 아렌트의 집요한 성실함은 읽는 내내 나를 압도했다. 현실 세계 속의 나와 사유하는 나의 분리를 통해 일상에서 우리가 사유를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리고 사유하는 나는 무엇으로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언어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점, 언어와 사유의 연결고리를 깊이 있게 천착해 풀어낸 점은 흥미롭고 신선하다. 사실 사유와 언어와의 개연성을 다룬 현대철학자들은 종종 있지만 아렌트만큼 밀도 있게 접근하고 풀어낸 이는 거의 없다.

 

아렌트는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위가 바로 사유라고 말한다. 나와 나 자신 사이의 고독한 대화를 통해서만 이 대화가 확장이 되어 세계 변화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인 사유를 통해 나는 이 세계에서 어떤 인간으로 존재할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리분별이라는 것을 통해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유가 의지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한데, 나 자신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현실세계와 결합시키는 것이 바로 아렌트가 말하는 의지의 과정이다. 사유가 나와 나 지신의 분리를 통해 현실에 속한 나를 비현실적인, 어떤 공상과도 같은 특정할 수 없는 장소로 존재하게 한다면, 의지는 사유에 반해 현실세계와 공간적 거리가 좀 더 가깝다.

 
마지막으로 판단은 사유와 의지를 결합시키는 능력인데, 다만 자신에게 매몰되지 않고 구경꾼의 시선과 거리에서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사건에 대한 총체적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이 상상력과 반성의 태도라고 아렌트는 말한다.

 

아렌트는 이 책에서 수시로 직업적인 철학자들을 비판한다. 관조적인 삶을 최우선으로 두는 그들의 공허한 행위와 말을 비판하고,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철학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일상에서의 철학을 통해 내가 속한 집단과 크게는 정부의 일에 관여하고 정치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렌트가 말한 정치 행위란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처럼 거창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 인간인 우리가 적어도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행위를 말한다.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이랄지, 세월호 사건이랄지, 용산 참사랄지,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태들, 정부를 비롯한 어떤 권력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마음껏 휘두르는 상황, 무비판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동조하는 행위, 약자가 약자를 혐오하는 상황 등. 아렌트의 말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할지 반성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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