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는 언제나 무대에서 피아노를 칠 때 비로소 그 직업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무대라는 곳이 매일 같은 시간에 시작해서 같은 시간에 끝나는 회사원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늘 직업에 대한 아이러니함을 보인다. 이것은 예술이라는 직업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고 불안정함인 것이다. 그 안에서 오로지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바친 김지윤이라는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녀가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부터 그녀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이 지구안에 피아니스트는 과연 몇 명일까? 피아노를 전공했다고해서 모두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은 피아노를 배웠을 뿐이고 피아노를 좀 쳤을 뿐이다.
바흐, 헨델, 바그너. 멘델스존, 베토벤, 하이든, 쇼팽, 모자르트, 슈만, 브람스, 슈베르트, 드뷔시 등등 수많은 역사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들이 만든 곡을 재연해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넣어보고 그 곡이 만들어진 역사적은 순간과 마주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곡을 재연하는 직업으로 백만번 이상의 연습으로 주저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연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직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 오로지 외로움과 하나되어 스스로를 단련하고 곡을 해석하며 홀로 됐다고 느껴질 때까지 끝없이 자신과의 타협점을 찾아야하는 작업들. 그 안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아파하고 세상과 싸웠어야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으로는 현실적인 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계속 연습을 했고 꿈을 꾸었다.
그런 그녀가 이겨낼 수 있었던 멘탈관리법이 이 책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 책은 그녀의 삶도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자기 개발서를 읽는 기분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저기 그녀의 삶의 고됨이 느껴지는 문구들이 말을 해준다.
매일 명상과 요가를 하고.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고, 피아노를 같은 시간에 치며, 독서를 하고, 힘들 때마다 심리치료를 받고, 긍정적인 말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깨치고 나오려고 하는지 그 진심이 너무나 다가왔다.
나 또한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행해 계속 끝없이 걷고는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힘들다. 숨을 쉬니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미칠거 같고 돈을 떠나서 뭔가 성취감이 느껴지질 않아서 답답하다. 물론 무탈한 삶에 너무나 감사했던 날들이 있을 만큼 하루하루가 끔찍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렇게 너무 평온한 나날들이 과연 내 10년 후 아무것도 없을까봐 이보다 더 지독한 삶이 있을가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도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걷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러 나가본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을 해야한다는 점, 자신을 깨고 나와야 더 발전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 도전을 해야한다는 점, 자신 스스로를 사랑해줘야한다는 점, 솔직한 감정으로 갖고 스스로를 지켜내야한다는 점,
너무나 잘 알기에 그녀의 깊은 고독과 외로움까지 느껴졌다.
카네기홀에서 열린 일본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의 독주회를 다녀온 친구가 우치다에게 피아니스트인 친구에게 이 메시지를 적어달라고 했다.
“안 될 이유는 또 무엇인가?<why not?>”
카네기 홀에 전화를 걸어 연주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문의를 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제출해야 할 서류와 무대기획서와 기획할 대표가 있어야하고 피아니스트임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는 답변에 가능성을 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카네기홀에서 남다른 독주회를 하게 되었다. 소통하는 피아니스트로 관객과 하나되어 모든 시간을 함께보내며 콘서트같은 독주회를 열었고 그 후 그녀의 이름은 미국에서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미리 겁먹고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도전이란 것이 별거 아닌데도 말이다. 그냥 지속했던 일을 계속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정도라 생각하면 벽이 아닌 문이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벽에서 문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는 것이 인생이고 삶이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이 어쩜 진정한 삶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 문을 열기 위해 난 다시 벽을 뒤져보려고 한다.
김지윤씨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문과 열쇠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 문이 열었을 때의 삶은 지속되는 삶의 연속이지만 조금 더 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 그렇게 계속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어른의 삶이라고 그녀는 말해주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