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네이버의 첫인상은 지금은 없어진 MBC 퀴즈프로그램 '퀴즈가 좋다'의
인터넷검색찬스 녹색화면으로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는 엠파스, 야후,
알타비스타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포털이었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퀴즈
도전자가 네이버를 이용해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지못해 헤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며 "저렇게 검색이 잘 안되는게 매주 방송에 나오니
저 회사 큰일났다"하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지않아(네이버로 검색해보니 그 프로그램은 2003년
3월~2004년 10월까지 방송됐다.) 네이버는 일약 국민포털으로 떠올랐다.
그 어리버리하던 네이버가 어떻게 1등이 되었을까. 게다가 그 1등도 보통 1등이
아니라, 신문과 방송까지 모두 집어삼키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거대포털이 됐다.
만년 4위 네이버가 대체 왜, 그러고 어떻게, 이 놀라운 신화의 주인공이 된걸까?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의문점을 가진 한 기자가 쓴 책이다.
8년동안 NHN을 취재했던 그녀는 네이버가 이제 막 포털로서 출발하던 시절,
꿈많은 청년이었던 CEO 이해진의 이야기로 이 흥미로운 디지털오디세이를
시작한다. 내 책장에는 '읽다 말았음' 혹은 '중도포기 후 다시읽을 엄두 안남'으로
남겨진 경영서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책들과 이 책이 가장 달랐던 점은 내가 책을
잡자마자(일단 문고판이라 손에 쏙 들어온다) 단숨에 완독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하울의 등에 올라 세상을 구경하는 소피처럼,
나는 이해진의 어깨 너머로 2000~2007년이라는 격정의 닷컴시대를 훑어내렸다.
잘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듯 쉽게 적힌 디지털용어들과 그에 대한 작가의 꼼꼼한
재해석과 설명 덕분에 책은 그야말로 쏙쏙 읽힌다. 매일 네이버를 사용하면서도
몰랐던 NHN의 창업주 이해진의 매력적인 면면도 이 책의 큰 재미 중 하나다.
또하나의 즐거움은 이 책을 읽으며 인터넷에 눈떴던 대학시절부터 직장 8년차인
지금까지의 시간을 더듬어보는 재미였다. 컴퓨터의 탄생, PC통신, 인터넷의 출현,
카페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NHN의 성장과 함께하는 시간적 배경은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은 생생한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1995년 대학에 입학해 처음 한메일 아이디가 생겼을 때의 두근거림,
1996년 처음으로 나우누리를 통해 채팅방에 들어갔을때의 흥분됨,
2000년 엠파스에서 처음 문장검색이라는 것을 하면서 느꼈던 짜릿함,
2001년 프리챌에서 무라카미하루키 동호회에 가입했을 때의 설레임,
2003년 지식in에 올라온 기묘한 질문과 더 기상천외한 답변을 읽었을때의
그 느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환상의 문을 삐걱 연듯한
그 신비롭고 즐겁던 기분.
그 모든 개인적 경험도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며 아스라이 떠올랐다.
NHN이라는 기업이 마치 하나의 생명을 가진 유기체처럼 머릿속에서
펄떡이며 살아움직이고, 단순한 사실에 불과했던 무수한 숫자와 시간들이
거대한 맥락으로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맥박을 불어넣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지식을 갖는 세상'을 꿈꿨던 한 젊은이의 모험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2007년 현재 네이버를 통해 가장 앞선 포털서비스를 이용하고,
동시에 지상에 없던 인터넷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