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쓰인 두 이름이 익숙한데 낯설다. 우리나라의 시와 외국의 명화를 조합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부터 좋아했는데, 최근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한 명의 한국시인과 한 명의 외국화가를 조합한 스페셜 시화집이 출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 번째 책은 <동주와 빈센트>, 그리고 올해 두 번째로 출간된 책이 바로 이 <백석과 모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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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택이 있는 하드커버 앞뒤로 꽉 찬 모네의 대표작들이 시선을 끌었는데 문득 두 사람의 작품들이 얼마나 어우러질까 궁금해졌다. 모네는 자연을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 화풍을 완성해나간 화가이고, 백석은 고어와 토착어 등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고향을 그리는 향토적인 정취의 시를 많이 남겼다. 둘 모두 거칠고 강렬한, 날것의 느낌 그대로 자신이 애정 하는 것들을 그려나간 예술가이니 잘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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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옆에는 눈 내리는 마을 풍경을, '고향'이라는 시 옆에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여주는 등 시와 그림이 가진 제목, 풍경, 감정 등 부분적으로 유사한 것들을 센스 있게 잘 배치한 느낌이다. 두 예술가의 대표작 옆에는 각자 어떤 시와 그림이 매치되어 있을까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짝꿍은 '개'라는 시 옆에 개의 머리(haed of the dog)를 그린 그림을 배치한 페이지ㅋ)
백석의 시 100편과 모네의 그림 125점이 수록되어 있는 책. 시이든, 그림이든, 혹은 둘의 조합이든 마음껏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책이다. 백석과 모네 둘 중 한 명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한 명마저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만약 이 책의 두 주역을 잘 모른다면 시화집의 끝에 작가 소개를 먼저 읽어본 후 시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시인과 화가가 만나게 될지 다음이 또 기대되는 시리즈다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