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운영하고 열심히 읽고 쓰는 나날을 공통점으로 하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를 다듬어 낸 책. 본래 전달에 시간이 걸리는 편지글이지만, 일상에서 메시지도 주고받고 가끔 직접 만나기도 하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그 거리감이 매우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짧지 않은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주고받은 편지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들의 편지는 책을 매개로 채워진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일상이나 책방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떠오른 책이나 문장들은 무엇인지, 책태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등.
기본적으로 읽고 쓰며 사는 삶을 지향하는 분들이라 그런지 서로의 첫만남을 언급하며 조심스레 시작된 첫 편지 이후로 두 사람의 편지는 금세 활기를 띠고 수많은 책과 문장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경험과 삶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글의 종류가 마감과 분량을 정해두고 쓰는 원고가 아니라 약간의 친밀감을 더해가며 쓰이는 편지라서인지 두 사람의 글은 확실히 편해 보인다. 읽기 쉬웠고 두 사람의 일상, 취향, 생각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책의 제목 때문에 몇몇 글들은 격렬하게 주고받는 논쟁도 있을까 살짝 기대(?) 했는데 글의 내용들은 각자의 일상과 고민으로 치열하긴 했지만 평화로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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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언급하는 주제와 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나도 함께 그 책들에 혹해 작가와 제목들을 메모해가며 읽었다. 서로에게 남긴 질문에 마치 내가 질문은 받은 양 나의 대답을 더해 적어보기도 했다.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책들을 소개해 주는 편이라, 적어둔 많은 책들을 혼자 읽는 것보다 나도 독서모임에서 친구와 함께 읽고 싶었다. (책의 맨 뒤에 '이 책에서 소개한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리스트업이 되어있으니 참고.)
10대에는 과목 중 문학을 좋아했지만 책을 찾아읽는 사람은 아니었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독서량을 늘리고 책과 도서관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되었다. 20대 이후로는 귀하다는 책 친구를 소중히 여기며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만족했고, 요 몇 년 사이에는 친구들을 끌어들여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사이에 두지 않아도 소중하고 감사한 친구들이지만,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더 깊이 있는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을 보며 친구들과 주고받는 '책편지'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