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에게는 부탁할 곳도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다. 오로지 자신뿐. 성난, 겁에 질린, 부들부들 떠는 자신뿐이다. 루스는 발가벗겨진 채 혼자이다. 루스 자신은 항상 알고 있었듯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남자는 문에 거의 도착했다. 캐리의 절규는 이제 알아듣기 힘든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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