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익숙해지고 도둑질에 익숙해진다는 것
사람이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뎌진다는 것
<쇠고기와 감자>에서도 작가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습관 때문에 사람은 진정으로 놀라지 못한다고.
익숙함은 대상의 선명함을 지우고 우리가 온당히 보여야 할 반응도 습관으로 바꿔 버린다
이러함을 직관한다는 것과 극복한다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서 희망보다는 비애를 갖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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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생각하니 점점 불쾌해졌다.
가난에는 익숙한 오겐도 아직 도둑질에는 익숙하지가 않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훔친 숯의 양이야 그렇게 많지 않으나 분명히 사람 눈을 속여 남의 물건을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므로, 생각이 그리 미치자 지금까지 없던 불안이 솟아올랐다. 불안 속에는 공포와 수치도 함께 들어 있었다.
눈앞에 빤히 오늘 일이 떠올랐다. 내려다보던 신조의 얼굴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색함을 감추려고 숯을 들고 요리조리 쳐다볼 때의 일을 생각하면 얼굴에서 불이 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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