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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체르토의 서재
  •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 26,820원 (10%1,490)
  • 2018-03-30
  • : 32,802

1. 번역의 문제


이 책의 번역에는 문제가 있다. 쉽게 읽을 수 있게 번역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기가 시종일관 매우 매우 어려웠다. 어느 정도로 어려웠냐 하면 처음에 경제학 개론이나 대학 교재인 심리학 통론을 읽을 때 이상으로 어려웠다. 그런데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책을 읽기 어려웠다면 그나마 억울하지 않는데 번역이 잘못되어 어려운 부분도 많아 보인다.


일례로 아래의 번역을 보자. p572다.


기억하는 자아는 훌륭한 목격자가 아니라는 것이 실험에서 증명된 뒤로 나는 경험하는 자아의 삶의 질에 주목했다. 그리고 "헬렌은 3월에 행복했다"라는 말이 타당하려면 아래 상황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만두기보다 지속하려는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고, 빠져나오고 싶은 상황에는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으며, (인생이 짧은 탓에 대단히 중요한) 어느 쪽으로나 관심을 두지 않을 중립적인 상태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어야 한다.


독자들은 위의 한국어 문장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나? 어떻게 이해를 한다 하더라도 인상을 약간 찡그리고 뇌를 쥐어짜면서 파악을 해야 하지 않나? 여기서 괄호 속은 독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분이다. 왜냐 하면 누구나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역자는 "대단히 중요한"이라는 말을 썼다. "대단히 중요하게도"라고 썼다면 그 이후의 문장 전체를 의미하므로 쉽게 이해가 되었을텐데 "중요한"이라는 관형어이자 수식어를 썼다. 뭐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건가? 중립적인 상태가 중요하다는 건가? 인생이 짧은데 중립적인 상태가 왜 중요한가?


혹시 위의 번역은 아래와 같이 하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기억하는 자아는 훌륭한 목격자가 아니라는 것이 실험에서 증명된 뒤로 나는 경험하는 자아의 삶의 질에 주목했다. 그리고 "헬렌은 3월에 행복했다"라는 말이 타당하려면 헬렌은 그 달 대부분을 그만두고 싶은 활동보다 계속하고 싶은 활동에 시간을 보냈어야 하고, 빠져나오고 싶은 상황에는 거의 시간을 쓰지 않았어야 하며, 그리 중요하지 않은, 어느 쪽으로도 관심을 두지 않는 중립적인 상태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야 한다. (인생은 짧은 탓에 쓸데 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기에)"



2. 책의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


대니얼 카너먼은 캘리포니아 기후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p588) 그는 캘리포니아와 다른 지역의 학생들을 상대로 대규모 표본을 모집했다. 그 결과 기후는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으며 캘리포니아 학생들과 중서부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모로나 차이가 없었다고 책에 적었다. (p589) 


그러나 이처럼 자신의 단편적인 한 연구만을 근거로 "기후는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구글 스칼러에서 검색을 해 보면 기후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어떤 좋은 이유로 (이는 주목 착각이 불러오는 희망 오류라고 한다.) 집이나 차를 구입했을 때 처음 한동안은 좋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별로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나의 경험과 들어맞지 않는다. 나는 리버 뷰 하나를 보고 주택을 구입한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리버 뷰만 보면 너무 너무 좋다. 


몇 개의 사례로 이 책의 모든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 하나 모두 각자 알아서 검증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고 하나 하나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좀 끔찍하다. 그렇지 않은가! 많은 심리학자들은 한두 건의 단순화된 실험으로 너무나 중요한 결론을 곧바로 내려버리고 곧바로 일반화를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쓴 책은 각주를 하나 하나 검색을 해서 그 논문들의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상반되는 논문은 없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노벨상 수상자라는 권위에 끌려 책의 모든 내용을 진실.진리라고 믿으면서 읽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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