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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숲을 거닐다

<수다에 관하여>를 읽고 토론하면서 마음에 와 닿는 에피소드를 골라보기로 했다. 수다를 경계해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상대방이 듣고자 하는 답을 적확하게, 그것도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뭐 그런 얘기인데, 말하기보다 상징을 통해 보여주기를 택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래서 헤라크레이토스는 동료시민들이 화합에 관해 한마디 해달라고 했을 때, 연단에 올라가 물이 든 컵을 들고 거기에 보릿가루를 치고 박하 가지로 젓더니 다 마시고 나서 연단을 떠났던 것이다." 

 

그는 가진 것으로 만족하고 사치하지 않아야, 도시들이 평화를 유지하고 화합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런 식으로 보여주었다. 그런가 하면,  

"스퀴타이의 왕 스킬루로스는 아들 80명을 남기고 죽으면서 막대기 묶음을 가져오게 했다. 처음에 그는 아들들에게 막대기를 묶인 채로 꺾어보라고 했다. 아들들이 꺾지 못하자, 그는 막대기를 하나씩 집더니 남김없이 다 손쉽게 꺾어버렸다." 

 

아들이 80명이라면 딸은 과연 몇 명이었을까? 궁금하지만 암튼 이 양반은 화합하고 뭉치면 강하고 불패일 것이나 분명하면 약하고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자식들에게 전하고자 퍼포먼스로서 보여준 것이다. 협동해라, 협동은 힘이 세다! 그런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이승만 전 대통령인 것으로 아는데, 그냥 뭉치는 것만으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분명해보인다. 왜 무엇을 위해 명분이 분명해야 하고, 공공의 이익을 성취하기 위한 그런 뭉침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척결되었서야 할 친일세력들이 더 잘 뭉쳤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12월 19일은 윤봉길 의사 80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단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읽은 기사는 '상징'이 몸서리치게 무서운 것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2005년 11월에 최초로 공개된 매헌 윤봉길(梅軒 尹奉吉·1908∼1932)

의사의 처형 장면을 담은 사진은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이다.

 

"일제는 1932년 12월 19일, 일본 이시카와현 미고우시 육군 공병작업장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윤봉길 의사를 처형했다. 일제는 25세의 청년 윤봉길의 무릎을 꿇려 낮은 십자가에 붙들어 매고는 눈과 이마를 헝겊으로 가렸다. 그리고 10미터 거리에서 딱 한 발의 총알로 윤봉길 의사의 이마 정중앙을 명중시켰다. 피가 흘러나와 헝겊을 붉게 물들였으니 저들은 윤봉길 의사의 죽음으로 일장기를 그린 것이다."

-한겨레, 12월 8일자,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 "박근혜가 배운 건 가장 나쁜 모습의 박정희였다" 중에서.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42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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