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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신님의 서재
  •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제국
  • 이희철
  • 25,200원 (10%1,400)
  • 2024-02-29
  • : 1,985

40여 년 전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유럽인들이 중국과 향신료와 비단 무역을 하기 위해 항로를 찾다가 우연히 신대륙인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내용은 최근까지도 내 머리 속에 남아 있어서 유럽인들이 중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바닷길 밖에 없기 때문에 항로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희철 교수의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제국』을 읽으며 그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존재조차 모르던 우리 세계를 잇고 있는 중간 세계의 존재였다.

 

지구본을 놓고 보면 유럽에서 중국으로 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길은 험한 바닷길이 아니라 동쪽의 육로이다. 그래서 기원전 2세기부터 유럽과 중국은 실크로드를 이용해서 비단을 비롯한 향신료 무역을 했다. 그런데 왜 오랜 동안 무역을 하던 통로를 놔두고 낯설고 험한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왜 그것에 대한 의문조차 갖고 있지 않는 것일까?

 

그 해답에는 15세기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있다. 지금은 오스만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동맹을 맺고 싸웠다가 패전국이 되면서 유럽 연합군에 의해 갈가리 찢겨져 위세가 떨어졌지만 15세기 오스만튀르크제국은 헝가리, 불가리아, 그리스, 아나톨리아, 스페인, 시리아, 이집트, 북아프리카 등 광대한 영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유럽 상인들이 그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통행세를 지불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유럽은 오랫동안 큰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던 동쪽 방향의 실크로드를 포기하고 바닷길을 물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자존심이 상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유럽의 입장에서 서술한 역사에는 언급을 회피하고 ‘대항해 시대’로 포장하여 이야기되고 있다.

 

서양인들은 뿌리 깊은 우월적 시각에서 세계를 기술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서양인들의 그런 우월적 태도를 감안하며 동서양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서양인들이 동양을 하위로 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구축한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는 서양과 동양으로 양분되지 않으며 중간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또 그 세계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가령 우리가 사용하는 알코올, 알칼리, 케미스트리, 아스토로노미, 알고리즘과 같은 말들은 모두 중간 세계인 아랍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슬람제국의 아바스 왕조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동서양의 의학, 천문학, 문학, 역사, 쿠란, 하디스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수집하고 번역하는 작업을 하여 인류 문명을 확장시키는데 이바지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유럽에 끼친 영향은 크다. 그것은 모차르트의 오스만제국 궁전 하렘을 소재로 한 오페라인 <후국 탈출>이나 모차르트의 <튀르크 행진곡> 같은 데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가 세계적 음료가 된 데에도 튀르키예가 공헌한 부분이 크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서양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며 서양과 동양의 이분화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시각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간세계사 비잔티움과 오스만제국>을 읽는 시간은 우리의 갇힌 시각을 인식하고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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