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보바리 (구스타브 플로베르)를 읽고
에마를 위한 변명
세상에 이렇게 나쁜 여자가 있나?
나를 사랑해주는 성실한 남편을 저버리고 두남자와 번갈아 불륜을 저지른것도 모자라
온갖 사치와 방탕으로 재산까지 싹 다 날려먹어?
처음엔 솔직히 에마가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고 인과응보요 자업자득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에마 입장도 한번 들어봐야 할것 같았다..
에마..도대체 왜그런거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든거니?
자..한번 들어보자..
1. 나 에마.. 이게 나란 사람인걸?
나 어릴적 수도원에 있을 때 고해성사를 오래 하기 위해 일부러 사소한 죄를 저질렀던거 알아?
그때 신부님의 설교에 나오던 약혼자, 남편, 천상의 애인, 영원한 결혼.. 너무나 달콤한 말들이었거든..
난 변화무쌍한게 좋아
바다는 폭풍 때문에 좋았고, 초목은 폐허속에 듬성듬성 있을때가 더 좋았어.. 내 감상적인 기질에선 내 마음속의 욕구를 바로 채워주지 않는 것은 모두 무익하게 느껴질 뿐이야
그냥 늘상 보는 풍경이 아니라 거기 감동이 있어야 하지않겟어?
내가 즐겨 읽던 책도 나를 만들었지
사랑, 사랑하는 남녀, 별장에서 기절하는 핍막받은 귀부인, 역참마다 살해당하는 마부, 눈물과 키스, 달빛에 보이는 조각배, 밤꾀꼬리, 온순하고 덕성스럽고 언제나 옷을 잘 차려입는 신사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신비스러운 그림들..
내가 파리 지도를 사서 거기거리를 돌아다녔던거 기억해? 물론 상상속에서였지만..
허영기가 있다고 욕 해도 좋아.. 그게 나인걸?
내가 꿈꾸는 행복은 불안한 정열이 가득한 장및빛 날들이야..
이런 고요한 생활이 아니었다고....
2. 내 남편 샤를.. 아아 한심한 남자야.. 정말 한심한 남자라구..
차라리 나를 때려주기라도 했으면.. 지루하고 공감안되는 남편은 못참아
결혼전에 난 내가 사랑에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 사랑에서 당연히 생겨나야할 행복이 느껴지지 않는걸?
내가 잘못 생각한 게 틀림없어
샤를은 그냥 뻔한, 매일 입는평상복같은 사람이야
파리의 배우들을 보러 극장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을 한번도 가져본적이 없대..말이 되?
수영도, 검술도, 총을 쏠줄도, 심지어는 승마용어도 모르더라고.
남자란 모름지기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다양한 활동에 뛰어나며, 정열적인 에너지로 세련된 생활을 하며 모든 신비로 상대를 이끌어야 하는거 아냐?
그저 밤에 집에돌아오면
오늘 만난 사람, 왕진에서 만난 환자.. 처방전..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 해..그리고 그냥 코골며 쓰러져 자..
그는 애초에 나를 만족시킬수 없는 사람이야.
그는 심장에 불꽃이 튀지 않는 사람이거든..
나..!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달빛아래 정원에서 내가 외우고 있는 시구를 암송해줬고, 우수어린 아다지오를 노래해주기도 했어
근데.. 그사람은 어땠어?
그냥 똑같았어..
샤를은 .. 뭐랄까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이해를 못해
그리고 상투적인 형태로 표현되지 않은 것은 믿질 못해..
“맙소사, 내가 왜 결혼했을까?”
도대체 어느 힘줄을 자른걸까?
내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뜨렸던 샤를의 만곡족 환자 수술....아아 이젠 모든게 끝난거야
3. 아들을 그리고 남편을 이렇게 만든 사람.. 시어머니..그리고 전처
열성적인 엄마, 우둔한 아들을 의사로 만들어 개업까시 시킨 장한 엄마
“니가 어떻게 에마를 엄마보다 좋아할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키운 아들인데 에마는 너한테 그렇게 소홀할 수 있어?”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아내도 찾아준 사람이니 말 다했지..
연금있는 마흔다섯과부에게 장가보냈지
그여자가 남편 샤를의 전처야.. 알지?
그때도 아내가 주인이었다지?
이런말은 해도 되고 이런말은 안되고
금요일은 금육하고, 아내가 원하는 옷입고, 치료비 안 낸 환자는 아내가 시키는대로 들볶고
남편의 편지는 몰래 뜯어보고 여자 환자오면 칸막이 너머로 엿듣고
아아..한편으론 남편도 불쌍하지
아무튼 그엄마에 그 아들이란게 참..
4.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말야..
사랑이란 요란한 천둥과 번개와 함께 갑자기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해
인간의 삶을 기습해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인간의 의지를 마치 나뭇잎처럼 통째로 날려 버리고 마음을 송두리째 심연으로 쓸어 가는 하늘의 폭풍우 같은 것이라고 말야.. (그러니 내가 샤를하고 행복할수 있겠니?)
근데 그건 몰랐지..
집 테라스에서 빗물받이 홈통이 막히면 빗물이 호수를 이룬다는 것을
그러다 벽에 금이 가고 마침내 막힌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거지
사랑과 기침은 참을수 없다잖아..
5. 불륜이라고? 타락했다고?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저항하고 노력했어
나는 레옹에게 사랑을 느끼면 느낄수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했었고, 그리고 약화시키려고 억눌렀단말야..
그래서 끝이 결국 뭐야? 그가 떠나고 만거야..
내 삶에서 유일한 매력이며 지고의 행복을 가져다줄 유일한 희망인 그가
떠났다고..
그 행복이 눈앞에 있을 때 어째서 붙잡지 못했던가!
행복이 달아나려 할 때 왜 두 손으로, 두 무릎으로 꽉 붙들지 못했을까?
그래
솔직히 로돌프때도 그랬다
그날 숲속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저항한거야..
이해하지?
6. 뢰뢰.. 잔악한 놈.. 난 철저히 당한거야
물론 내 허영심이 일을 크게 만든건 사실이지만
그놈한테 당한건 지금도 억울해..
내 치명적인 약점.. 내 사치와 허영심을 잘 아는 그놈
항상 내게 먼저 다가와 “던지기” 수법으로 날 유혹했지...
날 결국 파국으로 이끈 그놈..
7. 나는 소망했다고.. 내게 금지된것들을..
나는 나를 둘러싼 행복의 저속함에 굴욕을 느꼈지만
습관 때문에 혹은 타락했기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고 말았지..
너무 큰 행복을 바란거야.. 그러다 행복을 송두리째 고갈시켜 버리면서 날마다 더욱 더 행복을 갈망하고 있었던 거야
이건 마치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도파민중독과 같은 상황이랄까..
8. 채털리 부인과 나를 비교한다고?
산지기와 사랑에 빠졌던 그여자? 코니?
나와는 차원이 다르지..
알잖아.. 난 구멍뚤린 작업복을 입고, 맨발에 슬리퍼 신은 마부같은 사람들에게는 끌리지 않는걸?
9. 사랑한게 죄가 되니?
이 소설이 출간된 시대를 봐
나폴레옹 독재시대 였잖아
그리고 나를 창조한 작가님이 '공중도덕 및 종교적 미풍양속을 해쳤다'는 이유로 피소된거야,,,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지 않아?
한마디로 내가 불륜을 저지른게 못마땅했던거지..
이 책으로 피소될 정도면 레이디 채털리는 사형감 아니야?
아니, 솔직히 사랑이 죄니?
그래도 그 소송으로 인해 이 책이 더 유명해졌다니..그건 참 다행이야..
안녕.. 나의 레옹과 로돌프.. 그리고 샤를..마지막으로 내 딸 베르트.
그리고 나의 꿈이자 낭만이었던 파리여 안녕.. a'di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