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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의 오래된 책방
  • 군중심리
  • 귀스타브 르 봉
  • 10,800원 (10%600)
  • 2021-10-08
  • : 9,335

 

저자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의 목소리와 위세가 커지고 이미 왕도 군중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는 세상이 왔으며, 결국 군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견으로 책을 시작한다

 

1. 군중의 정신구조

군중은 이성적 추론이 불가하며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집단화되면서 산과 알칼리가 만났을때 전혀 다른 제3의 물질이 생기듯 새로운 개체로 변화한다.


암시나 자극을 통해 영웅이 되어 순교하기도 하고, 반대로 잔혹한 사형집행인이 되어 범죄자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충동성과 변덕으로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에 집착하거나 긴급상황에서 자기보호도 외면할정도로 극단화된다.  마치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과 흡사한것 같다. 


한편 사상이나 철학은 매우 단순한 형태로만 군중에 영향을 줄수 있고, 군중의 마음에 새겨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또한 반론과 토론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특성과 함께 힘있는 자에게 순종하되 그가 힘을 잃거나 유약한 호의를 보일 경우 즉시 멸시하며 돌을 던질 것이다.

 

이런 정신구조에 대해 저자는 만약 군중이 가끔씩이라도 이성적으로 사고해서 눈앞의 이익을 따졌다면 이 땅에서 어떤 문명도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고, 인류도 역사다운 역사를 갖지 못했을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군중의 영혼이 추동할때는 격변이 일어나는데 그 예로 종교개혁이나, 성바르톨로뮤 축일의 학살, 종교재판, 공포정치 등 사례를 든다.

 

2. 군중의 신념과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저자는 크게 간접요인과 직접요인 둘로나누고 있다

간접요인에는 사상, 철학, 시대상황등의 기저요인과 민족, 전통, 시간, 제도, 교육등의 일반요인을 든다.


그 중 민족의 고유 기질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꼽으며, 과거의 사상과 욕구, 감정을 대변하는 전통또한 변화에 저항하는 성격을 지녀 군중의 정신을 특정한 상태로 유지하거나 회귀 시키기도 한다.


시간은 군중의 신념을 잉태하고 지배하며 단어 하나의 의미도 시간에 따라 변화함을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교육에 강조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획일화된 암기식 교육을 비판하며 실습을 통해 능력발휘가 가능한 직업교육을 강조한다.


오늘날 우리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시대를 앞서간 놀라운 통찰을 확인할 수 있다.


명문대, 그중에서도 특히 의대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잘못된 교육보다는 직업교육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꽃피울수 있는 방법을 다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요인과 관련해서는 군중의 이성적으로 추론할 지능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개개인의 지능과는 무관하게 군중이 되는 순간 달라짐) 적절한 단어와 경구 사용을 통해 군중의 상상력이 자극될수 있는데,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 단어를 예로들며 그 뜻에는 무관하게 연상되는 이미지 만으로 군중의 마음에 각인되고 이를 자극할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 이미지는 같은 단어라도 시대에 따라 끝없이 변화하며 시간과 민족에 의해 변화하고 따라서 군중을 지도하는 자는 단어가 그 시점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여 군중이 부정적으로 느낄만한 단어는 즉시 교체해야 한다.


르 봉은 또하나의 직접요인으로 ‘환상’을 든다

원시적 야만상태에 있는 군중들은 환상을 이상을 갈망하는 마음을 채우고 야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모든 문명의 최상위에 환상이 존재하며,

구체적으로는 신전과 종교건축물들이 환상을 구현하기 위해 건축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연결점을 찾을수 있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푸조라는 신화'를 예로 들어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실재를 이야기 한다.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신이나 국가의 존재를 믿고 신뢰하며, 신이나 국가를 위해 협동하고 조직화할수 있는 것.. 여기서 가상의 이야기는 결국 르 봉의 환상과 접점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환상은 예술, 정치, 사회에 대한 모든 견해를 지배하며

예술과 문명창조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군중의 신념과 의견의 가변한계와 관련하여

군중에 절대적 지배력을 보이는 원대한 신념과 유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일시적의견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한다.

 

3. 군중에 대한 권력자와 지배자의 행태

군중을 지배하는 권력자는 대부분 행동가이며, 광기와 신경증으로 가득차있되 미래를 예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집요한 신념가들로서 집요하고 지속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의 행동양식 중 가장 중요한 ’위신‘은 군중의 정신을 강력히 지배하는 힘으로써 군중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데, 나폴레옹의 경우 타고난 위신으로 주변의 권력자들마저 꼼짝할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매력에 대한 코멘트가 재미있다.

 

첫만남에서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특별한 몸짓이나 위협이 전혀 없었는데도 그들은 미래의 황제와 마주치자 온순한 양이 되었다.

 

"장군님, 저는 그 괴물같은 사내에게 꼼짝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신도, 악마도 무섭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만 다가가면 어린아이처럼 몸이 떨립니다

그의 명령이라면 저는 바늘을 통과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겁니다."

(성석제 선생의 '천하제일 남가이'가 꼭 이랬었지..) 



그들은 반론을 허용하지 않으며, 주변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고, 오히려 주변 권력은 철저히 무시하고 총알받이로 취급하여 군중들을 매료시킨다.

그들은 또한 단호하게 확언하고, 이것이 전염효과를 일으켜 모방을 낳고 군중의 신념으로 확산한다.

그리고 증거에 구애받지 않는 웅변술과 단어와 경구를 적절히 사용하는 언변으로 군중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받아들이도록 자극한다

 

4. 군중의 분류

끝으로 저자는 군중을  이질적 군중과 동질적 군중으로 나누고

특별히 이질적 군중에 대해서는 익명과 비익명 군중으로 나누되

비익명군중은 법정배심원(심의회), 유권자군중, 의회군중으로 나눠 상세히 논한다.

 

배심원의 경우 구성원들의 지적수준은 중요하지 않으며(이미 알다시피 군중의 제1특성이다)

피고의 위신에 영향을 받는데, 변호사는 나머지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는 1~2명만 잘 포섭하면 재판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유권자 군중은 후보자의 위신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후보자는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이때 공약은 과장된 구두 공약으로) 적절한 경구, 단어선택을 통해 군중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소름끼치는 것은 현대 우리사회의 정치인들도 모두 그러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그래서 정치가나 사회지도자들의 필독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실제로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도 이 책을 활용했다고 하니..

의회군중은 군중의 다른 특성은 모두 지니고 있으나 일정한 순간에만 군중이 되며, 많은 경우 독자성도 가진다고 설명한다.

 

5. 비평

끝없이 앵글로색슨과 라틴민족을 구분하여 차별하는 점,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점을 갖는다는 점(역자 해제에 따르면 저자는 철저한 차별주의자이다.) 등을 제외하면 이 책은 1895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믿을수 없을 정도의 통찰력으로 쓰인 책이었고, 21세기에 읽는 사람도 놀라게 할만큼 치밀하고 분석적이다.

마치 130년 후를 내다보기라도 한 것일까? 

과장된 구두공약을 통하여 암시와 맹신을 일으키고, 대중들에게 전염시키는 힘을 악용하여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현대의 트럼프와 같은 정치가들도 아마 이 책을 숙독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정치가들의 이런 거짓 공약과 선동이 통하는 것은

현대의 군중도 르봉이 설명한 군중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단지, 무조건 때려부수는 식의 거리의 무법자 같은 모습보다는 SNS라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달라졌을 뿐.. 


르봉의 말대로라면 군중들은 비록 우매하나 그 힘은 막강하고 늘 세계사의 한페이지에서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는 선봉에 서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들, 우리 군중들은 또 어떤 낡은 것을 허물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낼수 있을까 고민해볼 일이다. 


그런 가운데에서 그냥 우매하고 비이성적인 군중으로 남을지, 아니면 르봉의 군중개념을 깨고 똑똑하고 현명한 군중으로 새로 태어날지는 각자의 몫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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