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어떻게 확산되는가를 읽고
케일린 오코너 외
바야흐로 가짜뉴스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러니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는 말 자체도 이미 낡은 느낌이 든다.
지난 연말에 발생한 안타까운 공항 사고가 실체 없는 가짜뉴스라는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가짜뉴스를 접하고 충격에 말문을 열지 못했었다.
도대체 가짜뉴스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왜만들까? 어떻게 퍼져나갈까?
이 책은 가짜뉴스의 근원이되는 거짓 신념에 대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 간다
1. 거짓 신념이 생성되는 배경은?
특정한 주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확실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증거를 제시해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편다.
추가증거를 들이밀어도 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모든 추론은 귀납의 문제에 빠질수 있어, 과학은 틀릴수 있다는 흄의 논리를 활용한다.
정치자체가 과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학자도 사람이고, 그가 속한 나라와 사회, 그리고 공동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백인우월주의와 같은 인종우월주의나 그 논리를 떠받친 우생학 거기서 비롯된 식민주의 등을 근거로 든다.
복잡한 역사와 풍부한 사회학적 특색이 과학자들의 개념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쿤(과학혁명사)의 설명도 함께
가장 좋지 않은 건 과학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조작(보고서 조작 등)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산성비의 위험성에 대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레이건 정부가 이를 입법화하지 않은 사례를 든다.
2. 거짓신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책 전체를 통해 저자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수학적 모형을 활용해 간다.
사회적 연결망을 활용, 빌라와 고얄모형을 통해 증거의 공유를 통한 신념의 일치화나, 잘못된 증거공유를 통한 거짓신념의 전파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확증편향이 가세하면 논쟁이 진전될수록 합의에서 멀어져가는 신념의 양극화가 생긴다고 하며 그 폐해 사례를 설명한다.
손씻기가 산욕열을 감소시킨다는 올바른 증거가 있는데도 근거없는 신념(신사들이 그럴 리가 없다!)에 밀려 비참하게 삶을 마감한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였던가?)
또한 동조편향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무리에서 살며, 무리에서 합의된 사항에 반기를 드는 것을 꺼린다.
그 결과, 사실이라는 증거가 내손에 있는데도 이를 기각해버리고 만다.
3. 거짓신념은 어떻게 확산되고 유지될까?
저자는 거짓신념을 확산시키는 사회적 요인들 중 산업계의 개입을 가장 크게 꼽는다.
여성흡연=여성해방이라는 담론을 통해 담배시장을 두배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예로 든다.
선전가의 개입을 통해 특정연구를 후원하거나, 결과를 선택적으로 발표(cherry picking)하고, 데이터 수집의 허점을 이용해 나쁜(본인쪽에는 유리한) 결과만 선택적으로 공유하는 등 교활한 수단이 동원된다고 한다.
담배 전략이 대중의 이해와 관련있었다면, 과학계에 침투하여 과학활동 자체를 방해(자금 지원등)하는 보다 진화된 방법도 쓸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과학계의 평판을 무기화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생각건대, 담배도, 제멜바이스의 산욕열도 참된 신념을 회복하는데 적어도 수십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산업계도 가짜뉴스 제조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보이는 것 같다.
제대로된 사실이 밝혀져도 이미 승부는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문득, 잘 나가던 라면회사가 하루아침에 공업용 우지파동이라는 가짜뉴스(법원 최종 판결을 근거로!)에 무릎꿇은 이래 얼마나 오랜세월을 2인자로 보냈던가? (오늘 뉴스에는 향후 판도가 뒤집힐 조짐도 보인다니 일단은 기쁘게 생각해야 하나?^^)
동조 경향에 호소하는 방법이 긍정과 부정측면으로 활용된 사례도 재미있다.
레이디 메리는 천연두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귀족에게 먼저 접종함으로써 긍정적인 확산을 이끌었고, 반대로 웨이크 필드는 교묘한 방법으로 백신반대운동에 불을 지펴 지역에 홍역이 발생하는 비극을 초래하였다고 한다.
4.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과학계는 견고한 과학적 절차와 함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견실한 연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과학의 오류가능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해도 반대로 절대적으로 확실하다는 결과를 기다릴 수 없으니 지금 가지고 있는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행동하라고 한다. 과학사에서 과거의 이론들이 폐기되기도 하고 새로운 이론들에 밀리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금 가진 증거를 바탕으로 최선의 신념을 형성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
(지구를 중심으로 한 옛 태양계모형으로 항성과 행성의 위치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리고 저자는 산업계의 연구 지원금을 포기하여 연구의 편향과 불공정을 극복할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언론은 편향되지 않은 완전한 표본을 전달하라고 제언하면서도, 비록 공정성원칙과는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더라도 거짓신념을 공평하게 전달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신뢰할만한 기관의 결론에 가중치를 두라!)
마지막으로 기존의 민주주의 (무지한 대중의 신념에 따른 다수결에 의존하는 통속적민주주의, 무지의 폭정) 대신 “질서정연한 과학” 에 의해 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현해 가자고 강조한다.
질서정연한 과학이라.. 이부분은 급히 마무리된 감이 있어. 이후 저자의 다른 저술등을 통해 이해를 높여가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