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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의 오래된 책방
  • 무기여 잘 있어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 10,800원 (10%600)
  • 2012-01-02
  • : 3,677

무기여 잘있어라(Farewell to arms)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라 스포일러 표시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1차대전이 발발하고,

앰뷸런스 부대 장교로 참전한 미국인 프레데릭 헨리

생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고, 굳이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할 필요도 없는 미국인인 그  

 

난 용감하지 않아

내 주제를 잘 알거든

오랬동안 전선에 나가 있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어

타율이 2할 3푼이라 그 이상은 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타자와 같다고나 할까?

 

전쟁의 와중에 우연히,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매우 키가컸다... 금발에 황갈색 피부, 그리고 잿빛을 띠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예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솜 강 전투에서 전사한 젊은 약혼자가 있었던 그녀,

 

결국 그이는 전사했고, 이제 모든게 끝나고만거에요

.. 아 정말이에요, 죽으면 그걸로 모든게 끝이에요..

첫 만남의 순간에 흐른 나직한 읆조림..


죽음..그리고 끝..이 불길해 보이는 암시는 어쩌면

이 소설의 시작이자 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겨우 두 번째 만남에서

키스하려는 프레데릭에게 뺨 한 대를 날리고..

다시 키스를 시도하는 그에게 울며 말하는 바클리

“아, 당신, 잘해주실거죠?”

그래 주실거죠? ...이제 부터 우리는 이상한 삶을 살게 될테니까


그래 어쩌면 전쟁을 겪어내는 그 세월, 그 삶 자체가 이상한 삶의 연속일테니까..

 

세 번째 만남에선 

“나를 사랑하시나요? (그럼요), 전에도 날 사랑한다고 하셨나요? (그랬지요..거짓말)

(프레데릭의 말처럼.. 어렵쇼? 별꼴 다 보겠네?... 아.. 이 여자 진짜 진짜 진심이다..

비록 엊그제 만난 사이였으나.. 외로운 이 여자는 진정한 사랑을 확약받고 싶어한다...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나 잠시의 쾌락 대상으로 이용되는걸 단호히 거부한다!)

그래, 약혼자의 죽음으로 이미 한번 죽음을 경험한 여인, 그것은 단순히 타인의 죽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아픔...그러니까 약혼자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죽은 것)

 

 

관련하여 동양철학자 전호근 선생의 설명이 떠올라서 관련된 글을 조금 찾아본다.

 

장켈레비치는 죽음을 세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1인칭이다.

”나의 죽음“이며, 경험할수 없는 죽음, 경험해본 사람이 없는 죽음이다.

두 번째는 3인창 죽음이다.

나와 직접 상관이 없는 타인의 죽음이며, 그의 죽음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가 맡았던 기능이나 역할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하면 극복된다고 한다.

끝으로 2인칭 죽음이다.

바로 ‘너의 죽음’이다.

역시 타인의 죽음이긴 하나, 너로 지칭하는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대체할수 없다

그래서 팔이 잘려나간 듯 아프고 망연자실하게 하는 죽음이다.

(사람은 2인칭 죽음을 겪을 때 비로소 죽음을 이해하고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다.)

 

프레데릭은 그런 캐서린(이제 바클리는 본인을 캐서린이라고 불러주길 원한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솔직히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 듯..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의 머리가 살짝 어떻게 된게 아닌가 싶었다.. 상관없었다..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매일 저녁 장교용 위안소에 가는거보다 나았다.“


캐서린을 대하는 태도로 보아 그저 전쟁중 지나가는 하나의 위안일 뿐.. 그 이상 어느것도 아니다.

 

”나는 캐서린 바클리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캐서린은 이런 프레데릭의 마음을 간파한다.


”지금 우린 뻔한 게임을 하고 있는거죠? 나를 사랑하는 척할 필요는 없어요“

프레데릭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해 보려 한다. ”하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제발 그런 쓸데없는 거짓말은 그만하기로 해요, 난 잠깐 아주 멋진 촌극을 했을 뿐.. 미친것도 아니고 정신이 나간것도 아니에요, 가끔 그럴때도 있지만요.“

 

캐서린의 다소 착란적인 행태는 약혼자의 죽음과, 그녀가 겪는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죽거나 다치는 수많은 병사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과 관련있지 않았을까?

 

내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어느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느님께 맹세코 분명히 나는 사랑에 빠졌고, 이렇게 밀라노 병원의 어느 병실에 누 워있는게 아닌가..

 

캐서린이 준 성안토니오 목걸이를 걸고 나간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프레데릭은 밀라노의 병원에서 마침내 그녀와 꿈같은 사랑에 빠진다. 참혹한 부상을 입고 회복중인 상황에서도 그에겐 이제 그녀만 보인다.. 행복감으로 충만한 프레데릭!


그래요 자기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갈수 있을 만큼의 계급이면 충분해요 ~


당신곁을 떠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요

당신이 내 종교에요.. 

 

소박한 바램속에 비극이 잃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

 

전쟁은.. 언제 무슨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 

사랑하면서도 초조하다


날씨변화 묘사가 재미있다

그해 여름도 다 지나갈 무렵.. (만남)

그해 여름이 그렇게 다 지나가는 동안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던 캐서린과의 시간

그리고 9월..가을 (왠지 모를 서늘함) 소중한 생명을 잉태한 캐서린


결국 여름도, 행복도 영원하지는 않구나..

 

”하지만 등뒤에서 나는 언제나 듣노니, 날개돋친 세월의 수레가 황급히 다가오는 것을“

프레데릭이 전선으로 가기 전 읆조리는 시구절이 마음아프다.

 

밤이 쌀쌀해 지고 다시 전선으로 복귀한 프레데릭

아.. 이양반좀 보소... 사랑할 일 없다더니

 

귀여운 내사랑 캐서린이 비가 되어 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아, 다시한번 그녀를 내게 데려다주렴

그렇지, 우리는 모두 그 바람속에 있었다

모두 그 속에 갇혀있었고

이슬비로는 바람을 잠재울수 없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대열을 이탈한 프레데릭

 

헛간의 건초더미에 누워있자니 지나온 세월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그 헛간은 없어졌고ㅡ 어느해에 솔송나무 숲도 벌채되어 숲이 있던 곳에 남은 것은 그루터기와 말라빠진 나무 꼭대기 불탄자리에 자라는 잡초뿐이다.

이제 옛날로 돌아갈수는 없었다. 다시는 밀라노에 돌아갈 수 없으리라..

 

프레데릭은 부대 이탈자로 몰려 총살 직전에 강물로 뛰어들어 겨우 목숨을 건진다.

 

분노는 모든 의무와 함께 강 속에서 씻겨 내려갔다

의무는 헌병이 내 멱살을 잡을 때 사라졌지만 말이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행운을 빌었다

 

캐서린과 극적으로 재회한 프레데릭은 체포조를 피해 밤바다를 헤쳐나가고

마침내 도착한 스위스에서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날씨가 좋을때면 더 없이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한번도 기분을 잡친적이 없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기분에 우리는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아..여기까지만 읽어도 벌써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


문득, 엘비라 마디간의 잊을수 없는 장면이 떠올랐다


슬퍼하지 말아요 식스틴

우린 그저 소풍을 가는것 뿐이니까

(더이상 도피생활을 견딜수 없음을 예감한 두 연인, 마지막 피크닉 바구니에 권총을 넣는 것을 슬프게 바라보는 식스틴에게, 엘비라는 이렇게 말했지..) 

 

그리고 끝내 비극적인 이별을 맞게 된다.

 

이제 캐서린은 죽겠지. 내가 바로 그렇게 만든거야. 인간은 죽는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어

그것에 대해 배울 시간이 없었던 거야

아이모처럼 아무 까닭없이 그냥 죽이거나, 또는 리날디처럼 매독에 걸리게 하지.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죽이고 말지

 

출산중 출혈이 심해 죽어가는 캐서린을 보며, 슬프게 읆조리는 프레데릭

 

앞부분 군종신부와의 대화와 연결된다

그는 내가 모르는 것, 일단 배워도 늘 잊어버리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그것을 깨달았지만 그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캐서린의 죽음을 그린 장면에서

헤밍웨이는 무려 열일곱번 고쳤다 한다.

캐서린을 죽였다가 살리고.. 살렸다가 죽이고

아..결말을 알고 있었지만..내손으로라도 살리고 싶었던 캐서린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전쟁얘긴 그만둬 내가 말했다

전쟁은 이제 아득하기만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엔 전쟁이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에게는 전쟁이 끝났다는게 실감이 났다

그런데도 전쟁이 정말로 끝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학교를 땡땡이 치고는 지금쯤 학교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너무 큰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 있을 때, 세상은 그들을 꺾어놓기 위해 죽이려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 뜨리지만, 많은 사람이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세상은 부러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죽인다. 착한 사람이든 상냥한 사람이든 용감한 사람이든 가리지않고 공평하게 죽인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역시 죽이겠지만 특별히 서두르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한 책 해설이 재미있습니다.

arm은 무기의 뜻 말고도, 팔이란 뜻도 있으니

무기여 잘있어라는 내 팔들이여 안녕~으로 해석해도 되겠네요

결국 윗글에 표시한, 전호근 선생의 설명처럼

2인칭죽음=너의 죽음=내팔이 잘린것과도 같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러니까 사랑하는 캐서린의 죽음을 의미하는것도 같아요 



2025년 1월

세계 도처에 전쟁은 계속되고

우리의 좁은 땅, 그리고 여기 서울에서도 수많은 전쟁들이

상흔을 남기고 있는 지금


전쟁과 죽음, 그 사이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철학적이고 

철학적이라고 하기엔 또 너무나 아름다운 이 책을 

새해 첫 리뷰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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