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에 이어
마이클 샌델 교수님(이하 ‘샌델’이라 함)의 책을 세 번째 만났다
언제나 그렇듯 정의가 무엇이다. 능력주의의 폐해는 이렇게 극복해야 한다고 정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정의로운 판단과 행위에 대해 올바르게 고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면서, 그 간의 저서에 대한 친절한 해설서 역할을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얼핏 매우 이상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나 사실 “내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뤄냈다”라는 생각이 약자들을 향한 사회적 폭압을 만들어 낸다는 능력주의의 함정을 지적한다
레거시 제도와 같은 특례(기여) 입학 제도를 예로 들면서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팬데믹이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을 통해 코로나 앞에서 모든 인류가 운명공동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 마치 대학시절 같은 과 동료가 “시험을 망쳤다”해서 은근히 운명공동체로서 동병상련을 느낀
바, 실상은 나는 백지, 그는 한 개정도 틀린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적 허탈함이..
- 또한 누구는 집에 5억빚이 있다고 울었다는데 알고보니 건물 사면서 5억을 빚진거라나..
돌이켜보면 사회 내부적으로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과 직업을 유지할수 없는 사람들간의 차이로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 세상에 불평등이 존재함을 다시한번 각인시키는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백신이라는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쥘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국가의 기본의무인 국민안전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지 않았던가..
또한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룰수 없다면서 정의의 문제를 계산의 문제로 만들어 다양성이 무시된 통일된 가치 척도로 환산해버린 공리주의를 비판하고,
나는 나의 것이니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쓸수 있다는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와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 정언명령을 내세워 절대적인 이성에 지나치게 의존한 칸트의 자유주의 또한 비판해 나아간다.
- 살인자에게, 내 집에 당신이 찾는 사람이있다는 진실. 말해야 하나? 의 딜레마를 예시로..
또한 롤스가 상상한 부담을 감수하지 않는 자아, 비연고적 자아가 무지의 베일안으로 들어간다는 이론 또한 그 비현실성도 비판한다.
그러면서 가능하지도 않은 중립을 가장한 채 중요한 공적 문제를 결정하는 행위는 반발과 분노를 부르며, 중요한 도덕문제에 정치가 개입치 않으면 시민의 삶이 저하되고
자유주의자들이 건드리기 두려워하는 곳에 근본주의자가 몰려온다고 우려한다
샌델은 답을 주지 않는 대신 중간 입장에 서서 유연한 사고를 통해
시장을 부정하지 않되 주거와 건강권 공중보건등 중요사항은 완전히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자유적 공동체 주의를 통하여 함께 더 나은 삶의 의민을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이견을 수용해가자고 주장한다.
다만, 이런 중도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때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회색 이론이라는 비판을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빨리 정답을 내놓으란 말이야 !" 이렇게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공정성과 정의 측면에서도
기술이 우리가 사는 사회의 공동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인공지능과 로봇은 일자리를 늘리고 강화하는데 활용되어야 하고, 기술을 통해 저숙력 중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필요하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막연한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세상사람들 모두가 자기 앞의 생에 몰두하여
한치의 양보 없이 각박한 세상, 남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할 여유조차 없는 시대에
“이런 고민 해봤어? 더 나은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는 화두를 던져주는
석학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