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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픽션 글쓰기 전설들
  • 조문희 외
  • 16,920원 (10%940)
  • 2023-12-22
  • : 3,245

진실은 사실의 종합인가요, 사실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먼 존재인가요. 이 책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 물음에 대한 열두 번의 대화이기도 합니다. - 프롤로그- P11
"기자분들도 이런저런 노동을 하고 르포 기사나 책을 많이 내잖아요. 귀담아들을 만한 메시지가 많지만, 전달 방식은 뭐랄까, 내부 문서 같은 느낌이에요. 그 이슈와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하고만 소통하는 글요. 그래서인지 내용은 참 좋은데도 파급력이 강하지 않은것 같아요. 저는 논픽션을 쓸 때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어떤 심각하고 어두운 주제든 재밌게 쓰고 싶다는 것이 우선순위였죠." - 명랑한 모험가, 한승태- P27
"인터뷰는 질문이라고 보통 생각하잖아요. 인터뷰 관련 책도 다 질문을 어떻게 잘 할 것인지를 다루죠. 그런데 저는 질문만큼 중요한 것이 잘 듣는 거라고 생각해요. ... 질문을 잘해서가 아니라 신뢰하기 때문에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신뢰는 결국 시간으로 쌓는 것일 테고요. 저는 빨리, 먼저 가는 기자이기보다는 가장 오래 머물고 늦게 나오는 기자이고 싶어요." - 백발의 젊은 기자, 이문영- P59
"‘지겹다‘는 말이야말로 언론과 작가가 싸워야 할 상대 같아요. 특히 사회 소수자 얘기에 지겹다는 평가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국회의원 몇 명, 상위 1%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과 자산 내지 소득 수준이 일정 이하인 사람들을 숫자로 비교한다면 누가 다수자고 소수자인가요? 그런 규정 자체가 논쟁의 대상인데, 다툼의 장이 돼야 할 언론이 정작 이슈를 선별하고 사건의 크기를 재단할 때 관습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 우려스러워요." - 백발의 젊은 기자, 이문영- P65
"공감이 갈 만한 캐릭터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김경득이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죠. 이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려나, 궁금해서 자취를 따라가 보게 되는. 김경득은 식민지 시대에 일본에 가서 차별받고, 좋은 대학 나오고도 취직을 못했어요. 찬물로 씻어가며 사법시험에 합격했는데 국적이 한국이라고 법관 임용도 안됐어. 얼마나 불쌍해요. 그런 사람이 귀화하면 법관으로 받아주겠다는 걸, 국적을 지키겠다며 거부한 거예요. 그가 겪는 괴로움도, 그걸 버티는 신념도 생생하죠.
유명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맥키의 책 <Story>(국역 :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모든 캐릭터는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와요. 영화 <양들의 침묵> 주인공 한니발은 사람 고기를 요리해 먹는 괴물이잖아. 그런데, ‘내가 괴물이라면, 한니발 같은 괴물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나는 김경득에 동의는 못하지만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 논픽션의 구도자, 이범준- P77
"검찰 출입을 오래 한 기자들은 ‘내가 한동훈이랑 친하다‘ 이런 말을 자랑처럼 하는데, 나는 그게 이상해요. 어느 영화 평론가가 ‘나는 영화 감독과 술을 잘 안 마신다‘는 말을 했어요.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고, 아침저녁으로 술을 마시며 지낼 수도 있죠.(웃음) 그래도 최소한 겉으로는 ‘안 친하다‘ ‘안 마신다‘고 하잖아. 그래선 안 된다는 의식이 있는 거죠. 나는 그게 쓰는 사람의 윤리 같아요." - 논픽션의 구도자, 이범준- P86
"논픽션은 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에요. 일간지 기사도 아니잖아요. 단행본으로 나오기 때문에 필히 몇 년을 읽혀야 하죠. 그날그날 읽고 더이상 안 읽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읽히는 글도 있어요. 그런 글이 되려면 문제의식 자체가 최소한 10년은 가는 것이어야 해요." - ‘지금 여기‘의 스타일리스트, 장강명- P109
"편파적일수록 꼼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론>(1867~1894)은 노동자 편파적이기 때문에 근거가 훨씬 더 엄격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거죠. 노동자가 들고 싸울 무기가 약하거나 무뎌선 안 되잖아요." -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기록자, 희정- P131
"해가 느리게 지고 달빛이 굴절 없이 비추던 시절엔 밋밋한 현실에 독(毒)을 부어 소설을 쓰곤 했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는 현실의 독이 너무 지독해서 물을 타지 않으면 소설이 되지 않는다." (소설가 이병주의 말 인용) - 역사의 빈 곳을 응시하는 낭만필객, 김충식- P154
"동료 기자들을 보면서 느꼈어요. 자기 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려해요. 그러니까 ‘똑같아지려는 욕망’이 있다는 거예요. 제가 정치부 기자였을 때 매일 아침 기자실에서 신문을 볼 때마다 느낀 거예요. 다 똑같았어요. 그렇게 열심히 신문을 보는 기자들이 다 ‘어떤 새로운 기사를 써야지’가 아니라, ‘어떤 기사를 놓쳤나’ ‘뭘 물먹었나’만 보는 거예요. ‘쟤가 이거 썼으면 나도 이거 써야지’ 하는 사고방식이죠. 기자들을 가만 보면 평균이 되려는 욕망이 있는 거 같아요." - 내가 재밌어야 쓰는 기자, 박상규- P179
"이런 논픽션은 70%의 팩트에 30%의 상상이 가미될 수밖에 없습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하되, 상상력과 문장력이 가미되는 장르인 셈이죠.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1인칭 르포타주밖에 쓸 수 없어요.
저는 달을 그리는 방법이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달을 직접 노랗게 칠하는 방법, 달 부분만 남겨놓고 주변을 거멓게 칠해 ‘이것이 달이다‘ 하고 부각시키는 방법. 역사 논픽션은 후자의 방식으로 글을 씁니다. 취재된 팩트를 기반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글쓰기죠." - 팩트의 인터프리터, 김동진- P204
"《김기철…》은 특종 경쟁이 부른 폐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속보 경쟁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모든 훌륭한 기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우리 사회 민주화를 이끌어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어땠나요? 중앙일보의 짤막한 특종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우연 같지만 우연이 아닌 게 나오고, 좋은 기사가 나오고…. 이런 특종이 진짜 재밌는 거예요. 참 재밌다고. 그냥 나오는 게 아니예요. 우연도 있어야 하고, 순발력도, 운도 있어야 하죠. 그거를 시시하게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게 있어야 그 다음이 있는 거예요." - 방망이 깎던 노기자, 조갑제- P230
"이야기 논픽션을 취재한다면 취재의 최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취재가 과하다 싶으면 나중에 쓰지 않고 덜어내면 돼요. 핵심적인 장면이라면 최대한 자세하고 세밀하게 취재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연쇄살인범을 면담하는 과정이라면 테이블이 몇 개이고, 어떤 옷을 입었고, 혹시 수갑을 차고 있었는지, 찼다면 어느 쪽 손에 찼는지, 마시는 물이 어떤 컵에 담겼고 테이블의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 누가 동석했는지, 같은 세세한 사항은 중요한 묘사의 재료가 될 수 있겠죠." - 스토리 시장의 실화 중개상, 고나무- P253
"기본적인 원칙은 이름을 포함해 취재된 사실을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사실이 가지고 있는 힘은 그대로 전달했을 때 드러나는 것이에요. 감춘다면 그 힘도 줄어들겠죠. 게다가 휘발성이 강한 기사와 달리 책은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크기도 하잖아요. 제가 기사로 썼을 때 익명으로 썼던 인물도 책에서는 실명으로 썼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북한을 상대로 한 첩보 공작이면서 국내 정치에 정보기관이 개입한 정치 공작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대로 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첩보원을 닮은 기자, 김당- P283
"과거를 기록한다는 것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참 많잖아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의 목격자와 생존자, 참전군인 등 많은 사람이 지금 세상을 떠났어요.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 그물을 던져 글감을 낚는 기자, 고경태-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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