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꽁님의 서재
  • 붉은 벽돌 무당집 1
  • 양국일.양국명
  • 8,100원 (10%450)
  • 2009-04-23
  • : 107

따뜻한 공포 소설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공포 소설이 따뜻하다니.. 이 책은 무서운 책이다.. 밤에 읽다보면 척추를 쓸고가는 오싹함이 느껴질만한 순간들이 분명 많다.. 전에 읽었던 피가 낭자한 '미드 나잇 미트 트레인'의 원작 '피의 책'등 외국 호러물하고는 또 다른 매력이다.. '피의 책'이 순~사기라는 가정이 밑바닥에 깔려 연출되는 공포였다면.. 친근하여 더 무서운 생활형 공포들이 여기 있다.. 우리가 으슥한 곳을 지날때 느끼는 구석 귀신이랄지, 천장 귀신등이 떠오르면서..책을 덮고 나서도 나중에 혼자 상상만으로도 다시 오싹해질만한 그런 공포들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공포 장르 소설에서의 미덕이라면..

 

그럼 내가 느낀 따뜻한-이란 말은, 책을 덮을 때쯤 느낀 것인데.. 책속 오싹하는 공포 속에서 나는 제법 현실의 두려움과 막연함을 잊고 있었다는데 우선 안도했다는 말이다.. 아마도 우리가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그 사이로 보고싶어하는 호기심과 더불어 공포라는 장르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테다.. 게다가 재미뿐 아니라 저자의 메세지도 은근하게 전해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을 향해 손 내미는 따뜻함이었다.. 공포라는 장르가 가진 오싹함, 긴장감, 상상력, 반전등을 빠트리지 않으면서도 '나에게 주어진 몫, 내가 가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도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쫓기 때문에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이었다.. 공동 저자로 쌍둥이 형, 동생이 함께 쓴 책이라니.. 공포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영화와 책을 두루두루 섭렵하여, 그들만의 공포 소설을 창조했다.. 바로 옆 일본의 장르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히고 마니아들이 많이 형성되어있지만, 우리나라 작가가 쓴 공포 스릴러 장르 소설은 참 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노력하고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두 쌍둥이 작가의 초심이 돋보이는 책이다.. 책값을 지불하여 읽는 독자를 배려하여 최대한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자 노력한 흔적 말이다.. 공포 소설의 독자층을 넓혀보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전해져 2권 3권으로 계속 그들의 세계가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리처드 매더슨, 스티븐 킹, 오츠이치, 미미여사, 온다 리쿠등등을 능가하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잘 짜여진 소설.. 점점 더워지고 있는 요즘,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마지막 해커'와 함께 추천해본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도피는 결국 과거의 벽에 영영 가로막히고 마는 참담한 결과만을 낳았다. 그러한 집착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들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벽으로 막힌 삶 속에서 나는 지나버린 것에 대한 허상을 쫓느라 실제 삶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것은 과거의 기억 속에 잠겨 있는 동생조차도 원했던 바가 아닐 테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꽁꽁 숨겨왔던 셈이다. 숨지 않으려면 두려움과 정면으로 맞설 용기가 필요했는데 나에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것은 내 삶에 더 소중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일찍 깨우치지 못한 나 자신의 우매함 때문이리라. ....(....)......폐쇄된 삶이 아닌 세상과의 보다 풍부한 소통이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세상의 커뮤니티 속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를 던져야만 했다. 그렇다. 보다 현실에 충실했어야 했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291쪽)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