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새 두 마리 보아라.
아빠의 인생에 소중한 순간을 선사해준 그것이 무엇인지 너희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단다.
오직 한 사람이 세상의 전부가 되고,
그사람만을 위해 존재하게 되고,
그 사람의 발소리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떨리며,
결국 그 사람을 보면 온몸에 힘이 풀리는 놀라운 순간 말이야.
부서질세라 보듬는 것조차 두렵고,
그 사람과 입을 맞출 때면 온몸이 불타 오르고,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되는 그런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오르는 짜릿한 전율을 너희들은 느낄 수가 없겠지.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것보다, 감전이 되는 것보다, 그래서 죽는 것보다 더 혼란스러운 그런 기분을 너희들은 알 수가 없겠지.
온통 뒤죽박죽이고, 너희들의 혼을 쏙 빼버리는 느낌.
결국 정신까지 놓게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소용돌이 속으로 너희들을 끌고 갈 그런 전율의 순간.
너희들의 가슴속을 흔들어 놓고,
화끈화끈 얼굴을 붉히게 하며,
온몸의 털이 솟게 만들고,
말을 더듬게 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게 만들고,
웃고 울게 하는 그런 달콤한 전율을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나의 작은 새 두마리......
너희들은 결코 '사랑하다'라는 1군동사의 일인칭단수 동사변형을 알 수 없을 테니 말이다.
2008년 페미나상 수상 장-루이 푸르니에가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두 장애인 아들 이야기
"세상은 나에게 가혹한 시련을 주었다. 하다못해 TF1 (프랑스 텔레비전 채널)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을 울릴 최루형 비운의 주인공을 만든답시고 이런 상황을 그려내진 않을 것이다.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이다."
장-루이 푸르니에가 40년간 마음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꺼낸다.. 그들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명도 가혹한데 두명이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그의 아이들.. "정상이 아닌 아이를 갖게 되면 어쩌나 걱정해보지 않은 이 있다면 손을 들지어다!"라며 이야기를 꺼내는 그,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이야기- 하지만 내게는 제발 일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금방 도리질해버릴 생각.. 세상의 종말을 생각해보듯 떠올릴 이야기들.. 그는 세상의 종말을 두 번 겪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없이 무거운 마음이었다.. 출판사측 광고 문구로 시작된 이 책과의 만남, 도대체 이런 소재의 이야기에 어떻게 유머라는 코드가 섞여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었다.. 나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얘기를 할때면, 마치 무슨 큰 변이라도 당한 듯 심각한 분위기로 대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장 루이 푸르니에는 이 책이 그런 분위기를 가지는 최루성 책이 되지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망과 웃음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의 특유의 익살맞고 조금은 짖궂은 이야기들에 나는 웃을수가 없었다..
두 살 터울인 마튜와 토마.. 열다섯 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갈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마튜, "아빠 어디 가?"를 끝없이 반복하는 둘째 아이 토마, 그런 아들들을 위해 아빠로서 쓰는 글.. 아이들을 그저 장애인증명서에 붙여진 이그러진 사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써내려간 글.. 지금까지 숨겨왔던 그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쓰지만 정작 그들은 읽을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를..
천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아이들을 참아내기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죄책감,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세상의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부자간의 경험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아이들을 이렇게 태어나게 했다는 자조섞인 책망..
이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절망스럽지 않게, 때로는 웃음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그.. 자신이 어렸을 적, 멍한 표정으로 바보 같은 소리를 해대는 친구를 보고 제일 먼저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였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런 멍한 표정의 아이를 보고 웃어넘길 수가 없다.. 자신의 아이들 생각이 나서 애틋하기만 하다.. 어떤가.. 내가 지금 여기다 무슨 소리를 한다고 한들, 후에 느낀 그의 애틋한 마음을 알수나 있을까.. 내 손을 세삼스레 펼쳐본다.. 양손에 각기 다섯 개의 손가락이 달려있다.. 손을 오무렸다 다시 펼쳐본다..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는구나.. 아니, 이렇게 놀라울 수가! 네 개도 아니요, 여섯 개도 아닌, 정확히 다섯 개! 이런 기적에 감사한 때가 있었던가.. 남의 불행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이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게다가 그의 불행을 이해하기라도 하는듯한 어설픔에다가.. 이 책을 처음 선택했던 호기심은 또 어떤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들 모두 내다버리고 싶다..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ㅠ.ㅠ
아빠 어디 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먹히는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물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 한 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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