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 사둔 게 몇 년 전이었는데, 내가 책을 안 읽고 살다가 요즘에나 조금씩 읽다보니
이제서야 다읽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제서야'가 아니라 최근 읽었다.ㅎㅎ;그 전에 읽었던 쪼큼씩을 읽고있었다고 말할 수...있나?ㅋㅋㅋㅋㅋ게다가 전에 읽었던 내용이 기억안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함ㅋㅋㅋㅋ 하이고 잘하는 짓이당! 초크맨 하면, 예전에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영단어 맞추기로 행맨놀이를 칠판에 그려서 놀아주신 것이 생각난다. 글자를 틀릴때마다 행맨의 몸이 그려져가는데,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안돼 안돼 하는 비명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펴지던 것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맨게임은 아이들이 하기에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게임이 아니었나 싶다..;ㅋㅋㅋㅋ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초크맨의 줄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주인공 에드에겐 어릴 적 동네에서 생겼던 살인사건에 대해 잊지못할 기억이 있었다. 어른이 되고나서 오랜만에 찾아온 동네친구 미키와 한 대화를 계기로 회상을 한번 더 더듬게 되고, 마치 그 때로 돌아가기라도 한듯 또 다시 현재의 에드 앞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에드는 진상을 파헤치고자 주변인물들의 상황을 알아보고 추리하며 범인을 찾아내가기 시작한다.
초중반엔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마지막이 뭔가 내 기준 김빠져서 살짝 아쉬웠다. 초크맨이란 소재가 상당히 중요한 작용을 했는데도 왜 자꾸 맥거핀같이 느껴졌지?!ㅋㅋㅋㅋ난 이 이유가 범인보다는 헬로런과 병원의 할머니가 더 인상깊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제일 무서웠던 건 범인의 정체도 아니고, 초크맨의 악몽도 아닌, 병원의 할머니가 에드보고 도둑놈이라 했던 것과 몇 년 뒤에도 도둑놈이라고 기억하고있던 거였어ㅋㅋㅋㅋㅋ분명 알츠하이머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시는 할머니였는데ㅠㅠ내가 에드였다면 어른이 된 후 친구들이랑 무서운이야기 술안주로 맨날 꺼낸 이야기중 하나가 됐을거다.
보통 이런 추리물은 범인이 누구인가, 중간과정에 따라서 독자들도 함께 생각해보게되는 재미가 있다. 또, 옛날보다 클리셰와 스테레오타입을 많이 겪어봤기에 더욱더 큰 충격을 받을만한 반전을 요구하니까. 그러다보면 어쩐지 이사람이 범인이겠다 싶은 사람이 절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데, '하지만 이것을 역으로 이용해서 범일일수도?'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도 아니고 후자도 아니라면, 밝혀지는 범인에 따라 사람마다 감상평이 달라진다. 초크맨의 경우 난 일단 평이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럴법하지만 충격적인 반전?! 이라는 코멘트를 중심에 놓고 보자면 좀 아쉬운. 그래도 소설이라 해도 등장인물들에겐 현실이겠지. 현실에 있을법한 일이라 생각하면 그만큼 무서운 내용도 없지 않을까.
아쉽다는 평과는 별개로 작가님이 글을 흡입력있게 잘 쓰셔서 책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묘사가 엄청 잘되어있어서 아니 묘사라해야하나 분명 내가 읽고 있는 것은 글인데, 연출이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읽다보면 머릿속에 영화관이 하나 차려진것같이 영상이 촤르륵 지나간다. 영화화하면 It계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스티븐킹작가님이 극찬하셨다고했는데 생각해보면 두 작가님의 스토리 스타일이 비슷한 것도 같다. (스티븐킹 작가님의 원작은 듀마키시리즈랑, 영화로는 미스트, IT 정도 밖에 못봤지만)
주인공의 어릴 때와 지금을 왔다갔다하여 시간변화로 설명해주는 것도 꽤 매력적이었다. 당시 에드네 가족 환경이 현재의 그를 있게 했다 라는,(에드 뿐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뼈대를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해줘서 읽을 때의 묘미랄까.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히 잘 풀어서 그런가. 에드의 독백이 어린 친구스러운 생각이다 하고 현실성있다 느꼈다. 내가 말하는 어린 친구스러운 생각이란 건 정신연령이 어리다의 의미가 아니라, 그 나잇대에 할 수 있는 리얼함을 얘기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악을 어디까지 용서하고 어디까지 그럴 수도 있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철학적인(..) 의문을 가졌다...
급 뻘글...
사실 종이책이 읽는 희열감도 있고 책장넘기는 것도 좋은데, E-book 도 언젠가의 미래를 위해
읽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냥 가볍게 흥미가 가는 소설은 E-book을 사서 보고있다.
책장도 많이 부족하다. 예전에는 읽기 힘들었는데 어찌저찌 일주일간 다 읽었네. 글도 읽다보면 읽는게 느나보다. 맨날 그 전내용이 바로 기억이 안나서 다시 전장 뒤적이고 그랬었는데(실시간복습ㅠ) 요즘은 좀 나아졌다. 글이 글로 보인다. 옛날엔 글이 그냥 검정색 얼룩무늬로 보였는데ㅠㅠㅠ허허 독서에 재미가 조금씩 붙고있다. 열심히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