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의 저서인 <단어와 규칙(Words and Rules)>은 인간의 마음이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을 '불규칙 동사(단어)'와 '규칙 동사(규칙)'라는 단 한 가지 미시적인 언어 현상을 통해 풀어낸 인지과학의 걸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언어가 단지 뇌의 뉴런 연결망을 통한 패턴 학습일 뿐이라는 '연결주의(행동주의적 관점)'와, 모든 언어는 선천적인 규칙 체계를 따른다는 촘스키의 '보편문법(생득주의)' 이론을 날카롭게 대조한다.
핑커는 두 학파의 극단적 주장을 배격하는 대신, 규칙적인 언어 처리(예: 동사에 '-ed'를 붙여 과거형을 만드는 행위)는 컴퓨터 알고리즘 같은 '규칙' 프로그램이 담당하고, 불규칙 처리(예: go-went, break-broke)는 뇌의 연상 기억 장치인 '단어' 저장소가 담당한다는 이중 모델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
과거시제 변화라는 아주 단순한 문법적 주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추적하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기억과 인지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라는 거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인지과학에서 오랫동안 대립해 온 '기호주의(Rule-based)'와 '연결주의(Connectionist)'의 해묵은 논쟁을 세련된 실험적 증거와 논리로 중재하고 통합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
다만 '단어와 규칙'이라는 이분법적 모델이 인간 언어의 그 수많은 예외와 복잡성을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가설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격언처럼, "가장 미시적인 언어 현상(과거시제)이 가장 거시적인 인간의 마음(뇌의 작동 방식)을 비추는 거울"임을 증명해 낸 인지과학 연구의 명작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