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현대 진화생물학의 역작이지만, 기계론적 유물론(mechanistic materialism)과 과학만능주의(scientism)의 관점에 치우쳐 저술된 점을 감안하면 생명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가치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이 책이 가진 주요 문제점들을 든다면 다음과 같다.
1. 극단적인 환원주의와 기계론적 생명관
* 유전자 결정론(Genetic Determinism): 도킨스는 유전자를 주체로, 인간과 생물체를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생명체를 물질적 요소(DNA)로만 환원하여 복잡한 생명 현상과 주체성을 말살하는 기계론적 시각이다.
* 복합성 무시: 데니스 노블(Denis Noble) 등 현대 시스템 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생명체라는 시스템 내부의 도구일 뿐, 시스템 자체가 유전자를 제어한다고 반박한다. 도킨스의 관점은 이러한 상위 수준의 통합적 관점을 무시하고 하위 물질(유전자)의 힘만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2. 과학만능주의(Scientism)에 기반한 은유의 남용
* '이기적'이라는 인격화된 은유: 유전자는 의지나 목적이 없는 화학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도킨스는 이를 '이기적'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용어로 비유하여(metaphor),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 도덕적, 철학적 해석을 유도했다. 이는 생물학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설명이 아니라 유물론적 세계관을 강화하는 은유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 확장된 표현형의 맹신: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 개념을 통해 유전자의 영향력을 생물체 외부 환경까지 확장해 나간다. 이는 모든 생물 행동을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결정론을 공고히 하여,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나 개체의 의지적 행동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3.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환원
* 도덕과 문화의 유전자화: 인간의 이타심이나 도덕적 행동마저도 '유전자의 이기적 이익'으로 해석한다. 이는 복잡한 인간 사회의 가치, 문화, 윤리를 오로지 생물학적 결과물로만 환원하여 해석하는 과학만능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 과학만능주의적 독단: 과학만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태도는 철학, 종교, 예술이 가진 고유한 통찰을 배제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모든 존재의 이유를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환원시킴으로써, 다른 학문적 관점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는 독점적 지식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4. 실증적 한계와 '팝 과학(Pop Science)'
* 과학적 증명의 부재: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은 유전자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보다는, 결과에 대한 사후적 은유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는다.
* 시스템 생물학의 등장: 생명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다양한 계층(분자, 세포, 조직, 개체)이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도킨스의 이론은 이러한 현대 생물학의 발전에 비해 구시대적인 20세기 중반의 환원주의적 시각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요약하면, 기계론적 유물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기적 유전자>는 "복잡한 생명의 본질을 기계적인 유전자 작동으로 과도하게 환원"하고, "은유적인 과학적 설명을 마치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내세우는 과학만능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킨스는 생물학자로서 탁월한 은유를 사용했으나, 그 은유가 유물론적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