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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jn611님의 서재

저는 때때로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나는 두려워, 나는 겁이나. 나를 사랑해 줘 하고 말입니다."

"저 역시 그래요." 그녀는 의지와는 달리 속내를 털어놓았다.순간 그녀는 자기 방의 침대 맞은편 벽면을 떠올렸다. 커튼이 쳐져 있고 유행 지난 탁자가 놓여 있고 왼쪽에 작은 옷장이 있는 그 벽을 그녀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바라보았고, 앞으로 십 년은 더 바라보리라. 지금보다 훨씬 더 외로운 상태로, 로제, 로제는 뭘 하고 있단 말인가? 그에겐 그럴 권리가 없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늙어 가라는 선고를 내릴 권리가 없었다. 아무도, 그녀 자신조차도.…  p47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이틀 동안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녀는 애인 없는 여자로서 보내야 하는 일요일이 몹시 싫었다.가능한 한 늦은 시각까지 침대에서 책을 읽고, 사람들로 붐비는 영화관에 가고,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칵테일파티에 참석하거나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 그 흐트러진 침대를, 아침 이후 정지해 있었던 듯한 그 느낌을 맞닥뜨려야 했다. 로제는 내일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녀는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가 그를 만나러 나가리라. 어쨌든 그녀에겐 해야 할 일, 어머니가 늘 권해 온 전형적인 할 일이 있었다. 여자로서의 삶에 수반되는 그런 수많은자질구레한 일들이 그녀는 막연히 혐오스럽게 여겨졌다. 시간이란 마치 길들여야 할 한 마리 나태한 짐승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런 일에 취미가 없다는 것이 거의 안타깝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삶을 공격하는 일을멈추고, 경솔하긴 하지만 오래 사귄 친구라도 되는 듯이 방어해야 하는 때가 있는지도 몰랐다. 벌써 그런 시기에 이른 것일까? 그러자 그녀는 뒤에서 커다란 한숨 소리가, "벌써." 하고 한목소리로 크게 외치는 것이 들려오는 듯했다. P53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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