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평은 황금가지에서 <블랙 톰의 발라드> 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처럼 머리 아프며 공포스러우며 한순간에 미국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에 대한 역사까지 몰려오는 작품이라니!

<블랙 톰의 발라드>는 <레드 훅의 공포>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레드 훅의 공포>는 뉴욕 시경 소속의 형사 토머스 말론이 이문화와 밀교에 비상한 관심을 품던 노학자 로버트 수댐의 기행을 추적하다가 브루클린의 레드 훅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 초월적인 공포를 마주치고 얻는 깊은 후유증을 그린 작품입니다.
뉴욕이라는 배경과 몰려든 이주민 때문에 몸살을 앓는 지역이나 수댐의 저택으로 끌어들이는 인물들은 이국 출신 하층민입니다.
경찰이 끝내 소탕 작전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된 연쇄 영아 납치 사건도 이런 악마 숭배자들이 연루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한 세기 전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유색인 혹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 세계에서 그려지는 공포의 한 축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러브크래프트 본인의 편견 때문에 훼손된 작품 중 하나를 바탕으로 하여, 그 자체로 좋은 이야기이자 새로운 관점을 띈 역버전을 쓰겠다는" 의도에서 탄생한 <블랙 톰의 발라드>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입니다.
황금가지 출판사 설명
"슈프림 알파벳"이 작중 배경인 1924년 뉴욕에서는 마법의 힘이 깃든 언어로 작용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글 번역본으로 읽었는 걸요.
슈프림 알파벳
흑인 민권 운동가 말콤 X의 제자인 클래런스 X가 뉴욕 할렘에서 설립한 단체 파이브 퍼센트 네이션(Five-Percent Nation)이 일종의 교리로서 가르치는 알파벳.
수비학인 슈프림 매스매틱스와 함께 이를 익힘으로써 평범한 숫자나 텍스트로부터 삶을 이끌어 줄 영적인 메시지를 해석해 낼 수 있다는 원리로,
가령 A는 알라(Allah), P는 힘(Power), Z는 앎-지혜-이해(Zig-Zag-Zig)로 이어지는 세 단계를 상징한다.
저자인 빅터 라발은 18세 때 처음으로 슈프림 알파벳을 익힌 이후로 이를 쭉 활용해 왔다고 한다.
<블랙 톰의 발라드> 2장 P25
이 책 겉표지를 벗겨보면 Zig-Zag-Zig라고 표지 디자인이 쓰여있습니다.

앎-지혜-이해라는 뜻이겠지요. 이런 섬세한 디자인 좋아요ㅎㅎ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도시 이민자의 삶의 태도나 당연시되는 경찰의 폭력 등을 통해 그 시기의 미국 뉴욕을 시간여행한 기분이 듭니다.
대신 토미 테스터가 얻는 교훈은,
이 세상은 흑인이 부자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 알아서 돈 버는 법 하나쯤 배워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랙 톰의 발라드> P24
극 중 주인공인 토미 테스터는 할렘가에 사는 실력 없는 기타리스트입니다.
당연히 돈벌이가 안되니 이런저런 심부름이나 의뢰를 받아 용돈벌이를 하죠.
(아버지인) 오티스는 허공으로 양손을 들더니 최대한 멀리 벌렸다.
"이게 백인들이 흑인에게 겉으로 하는 말과 실제 속뜻의 차이란다."
<블랙 톰의 발라드> P42
백인인 로버트 수댐이 자기 파티에 와서 하룻밤 연주를 해주면 4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 토미에게 아버지인 오티스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부분입니다.
먼 길을 떠나는 자식에게 해주는 걱정 어린 말에는 마음이 담겨있어 머리가 더 띵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것을 주고 대신 그들로부터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라.
<블랙 톰의 발라드> P43
"총과 배지로 누구든지 겁먹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블랙 톰의 발라드> P35,158
같은 대사가 다른 등장인물로 반복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원작을 완벽히 비틀어 냅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누가 대사를 하는지 밝히지 않겠습니다. 직접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 본질을 꿰뚫어 볼 만한 용기가 없었지.
나는 문을 통과하여 기꺼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야 했어.
그는 권력을 원했지만, 잠든 왕은 그런 사소한 부탁은 들어주지 않아."
<블랙 톰의 발라드> P159
"나는 가슴속에 지옥을 품고 다녔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나무를 뿌리째
뽑아 버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파괴해 버린 다음
앉아 파괴된 모습을 즐기고 싶었지."
"그럼 넌 괴물이야"
"너희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괴물이지."
<블랙 톰의 발라드> P159
소설 서평을 쓸 때 항상 고민되는 부분은 제가 어느 부분까지 풀어내야 할지 정하는 것입니다.
문학은 줄거리를 읽는 것으로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표현했던 것은 Outside(외계)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소설 속 인물들도 그 외계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시간 여행선을 타고 멀미를 하듯 소설 속을 여행하고 온 기분입니다.
예쁜 보라색 책표지와 이 소설이 탄생하기까지 배경, 슈프림 알파벳에 대한 배경지식까지 탑재하셨다면,
이 공포소설 속으로 시간 여행 떠나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서평단 #서평 #독후감 #블랙톰의발라드 #빅터라발 #공포소설 #황금가지 #러브크래프트 #레드훅의공포
"총과 배지로 누구든지 겁먹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P35
"총과 배지로 누구든지 겁먹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P158
"그럼 넌 괴물이야"
"너희들의 손으로 만들어 낸 괴물이지."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