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진가들, 화가들, 작가들이 내 사진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인자, 몸, 사고력, 심지어 별자리조차 내 사진에 영향을 미친다. 어렸을 때받은 교육, 청년시절에 경험한 문화와 현재의 문화도 분명 내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내가 가진 경제력, 사회에서 맺는 관계들, 마음의 상태, 정신적인 것에 대한 갈망,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역시 내 사진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에 대한 나의 소신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내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있다는 사실은 결국 내가 이 빌어먹을 것들의 정체를 죄다 알아내지 못하리라는 걸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오리라고 희망한다. 이 희망으로내 정신은 자유롭고 내 가슴은 설레인다.- P126
3. 나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와합치되는 바깥의 대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숟가락을 찍는다면, 숟가락에 대한 내 ‘생각‘을 찍는 것이지 숟가락 자체를 찍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아이디어‘란 내 안에 있는 ‘무엇‘이다. 사진은 ‘무엇‘을 밖으로 드러낸 것이다.-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