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지적 두려움의 비밀
conconbyb 2022/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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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 졸리 젠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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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2-08-09
: 507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는 일반적으로 '글'하면 생각나는 창조적이고 문학적인 글이 아닌 '학문적' 글에 대한 지표를 담고 있다. 학부 내내 꽤나 많은 글을 써야했던 나에게도 지적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던 순간들이 있었다. 때문인지 생각보다도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대학 진학 후의 글쓰기 불안은 한국에서 특히나 심한 것 같다. 현 학교 교육에서의 쓰기는 평가 도구 중 하나로 전락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이다. 절대적으로 '쓰기' 자체에 대한 지도가 부족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대학에 진학해 전공의 문 앞에 서면 아마도 누구나 길을 잃는다. 지적 글쓰기의 단계나 어려움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당황스러움의 비밀을 파해친다. 모든 사람들이 길을 잃는 지적 글쓰기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 어려움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처음부터 당연하게 논리정연한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처럼 모두가 멀쩡하게 논문을 발표한다. '조금'의 어려움에 있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연구자들은 다같이 모른 척하고 있다. 지적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사실 학문의 길에서 전수하고 전해져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은 그 지식을 표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크게 세 가지의 방법으로 지적 글쓰기의 길찾기를 돕는다. 첫째, 연구 과제 상자(project box) 만들기. 둘째, 감정 환기 파일(ventilation file) 쓰기. 셋째, 매일 최소 15분 동안 글쓰기.
연구 과제 상자는 그 형태에 상관 없이 (물리적이든, 디지털이든) 쓰려는 글에 대한 모든 자료를 모아두는 곳이다. 이 상자를 통해 글쓰기의 순도를 높일 수 있다. 불순물이 없는 순전한 자료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상자를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을 통해 글쓴이는 글을 꾸리기 시작한다.
이때 나타나는 불안, 불만족감, 의문을 담아주는 곳이 바로 감정 환기 파일이다. 감정 환기 파일은 충분히 배설적인 공간이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파일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금 나에게 이 글쓰기가 버겁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글쓰기를 제대로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당장 실질적으로 독파하고 이겨내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견인하는 것이 15분 글쓰기이다. 필자에 의하면 창작의 글쓰기와는 다르게 지적인 글쓰기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고픈 정도로 할 수 있는 노력을 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의 과정이 감정 환기 파일에 있다고해도 예외는 없다. 그 시간 동안 앉아서 생각하고 괴로워하고 나쁜 말일지라도 쓰면 된다. 딱 15분 만큼만 말이다.
책은 이러한 단순한 구조를 시작으로 글쓰기에 대한 여러 비밀을 공공연하게 들려준다. 오랜만에 방법론에 대한 책을 보아서 그런지 말 그대로 너무나 유익했다. 자신의 연구나 의견을 담아서 글을 써야할 일이 있는 모든 (사실은 정말 모든) 사람에게 든든하게 한 권씩 데려다놓고 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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