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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onbyb의 서재
  • 튜브
  • 손원평
  • 13,500원 (10%750)
  • 2022-07-22
  • : 6,25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몬드의 손원평이 돌아왔다. 『튜브』는 쉽사리 지금이 인생의 끝이라 판단하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다. 끝을 생각할만큼의 상황과 감정에 둘러쌓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는 아주 많은 도전과 아주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다. 그 경험 끝에서 그는 일상의 행복을 놓쳤고, 가족을 놓친다. 가족들은 그의 자만한 도전 때문에 고통받는다. 고침 없는 시도와 계산 없는 시작은 높은 확률로 주변의 희생을 동반한다.

일상의 자리로 돌아가 인생을 돌아보는 김성곤. 과거의 자신을 보며 실은 자신이 모든 것은 가진 적 있다는 새로운 결론에 다다른다. '모든 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뿐.

허리를 펴는 것을 시작으로 과거의 자신에 닿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의 딸 아영이의 말처럼 진짜 변화를 위해 행동을 바꾼다.

자존심과 욕심을 버리고 배달 라이더를 시작한 김성곤은 자신의 옛 직원 진석을 마주친다. 과거를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은 후, 그는 더 노력한다. 그 과거를 배신하고 과거의 과거에 닿기 위해.

김성곤은 여전히 허리를 펴기 위해 노력하고, 여전히 바쁘게 배달을 한다. 아주 작은 믿음은 그를 크게 변화시킨다. 가족과 다시금 잘 지낼수 있다는 믿음,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에 대한 믿음. 이 믿음을 필두로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다. 이름하야 '지푸라기 프로젝트' 그가 잡은 지푸라기들은 과연 무엇이 되어 그를 감쌀까.

유튜브 체널은 대박적인 성공을 이루고 그로인해 김성곤 안드레아는 돈과 기회를 얻는다. 티비에서만 보던 유명인들과 이야기하고 본인도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어간다. 허나 성공에도 기립성 저혈압이 있다. 너무 빠른 성공은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김성곤은 과거에 그토록 원하던 성공을 맛봤음에도 혼란스럽다. 불만족스럽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변화하려던 성실함이나 가족을 잃을까 가졌던 불안, 인생의 끝과 시작이 교차되던 혼란은 잊은 지 오래다. 너무 빠른 변화에 자신을 지키지 못한 김성곤 안드레아는 다시금 실패의 구덩이로 몸을 옮긴다.

『튜브』는 인간의 도전과 변화를 절대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를 전재로 소설이 진행된다. 인간이 변한다고 확신하는 사람과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쩌면 노력해본 적 있는 자야말로 인간의 변화를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김성곤이 잡았던 지푸라기는 무엇이 되었을까. 다시 그의 목을 감싸는 밧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또 구조의 밧줄이 될 지도 모르지. 인간은 변화할 수 없다. 때문에 대비할 수 있다. 여전한 자신에 대한 대비를 말이다.

이 소설이 보내는 희망과 응원은 '변화'가 아니다. '대비'다. 자신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구멍에 대해 아는 것. 살아있는 동안 그 구멍에서 흐르는 물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을 '아는 것'. 흐르는 물을 다루는 법을 터득할 것. 그 물 위에서 부유할 것. 이게 이 소설이 가진 희망의 맥락이다.

지푸라기는 많은 것이 될 수 있다. 약하고 따갑기에 다루기 힘들 뿐 그리고 계속적인 보수가 필요할 뿐. 허나 지푸라기가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지푸라기의 본질은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사물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며 살아야한다. 그게 인간이 가진 최선의 변화이고, 존재가 가진 최후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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