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conconbyb의 서재
  • 지구를 살리는 옷장
  • 박진영.신하나
  • 12,600원 (10%700)
  • 2022-04-25
  • : 1,092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심이 많은 창비에서 신권이 나왔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패션 산업이 가지고 있는 반지구적인 면과 이를 실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평소 나는 옷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성인이 되고나서 옷을 사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한창 옷 값이 떨어진 것이 크게 한 몫했다. 만원짜리 티셔츠와 이만원짜리 바지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다.

어디선가 대충 옷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의 양을 보고 충격받은 적은 있지만 그래도 옷사기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 더 뒤에 그 물의 양이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에 옷 사기에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옷의 '일회용품성'을 줄였을 뿐, 그래도 옷 사기를 멈추지 않았다. 잘 사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책을 보면서 소소하게 충격받은 부분이 많은데 매년 800억 벌의 옷이 팔린다는 것 또한 그렇다. 아니 세상에! 생각해보면 그렇다. 한 사람이 한 달에 한 벌씩 옷을 산다고 생각했을 때만 계산해도 엄청난 양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이상이라니! 이 수치에 내가 기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클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숙연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는 옷을 어떻게 대해야할까? 옷은 물건이다. 사람은 물건과 '관계 맺기'를 해야한다. 잠깐 미니멀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결국 나와 물건의 관계를 진실되게 성립하라는 얘기다. 대충 하나쯤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닌, 이 물건이 나에게 오는 것을 통해 새로운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옷과 맺는 건강한 관계다.

책에서는 동물 산업도 빼놓지 않고 다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다. 이제는 그 누구도 대놓고 모피를 소비하지 않는다. 패딩류에서는 아직 사용률이 어마무시하게 높지만 겉으로 완전히 동물털이 노출되는 패션은 비난 받는다. 하지만 가죽은 어떤가?

나는 가죽을 육식 산업에 딸려오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가죽은 이 논리보다 더 큰 존재다. 고기가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발생되는 부산 산업은 육가공 시장의 10%를 차지하며 그 중에 반은 가죽이다. 즉 하나의 동물을 해쳤을 때 표피로 얻는 수익이 5%라는 거다. 이건 그 어느 고기 부위보다 크다. 그저 '떨려오는' 것 이상이다.

가죽은 털을 제거한 모피다. 이 소제목을 보고 정말... 아주... 놀랐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모피 생산 과정에서의 학대성에 주목했을 뿐 육식 산업과 환경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비건 가죽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나는 어차피 이게 가죽보다 못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위에 말했듯 어차피 나오는 가죽을, 꽤나 필요한 구석에 쓴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다.

그간 나는 나름하지만 산업의 세계는 그렇지 않아서, 환경의 이름을 달고 자연을 판다.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을 필두로 이 산업에 앞장서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결국 10회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일 뿐이다. 소비자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빈티지를 사랑해왔다. 친환경의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모든 물건들은 어차피 '생산'의 과정에서 오염을 동반한다. 결국 안사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다.

옷을 좋아하거나, 옷을 구매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쉽고 빠르게 읽히지만 본질적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나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창비로부터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