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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속의 순간들
  • 제프 다이어
  • 19,800원 (10%1,100)
  • 2022-03-05
  • : 2,034
#도서협찬 #도서제공 #제프다이어 #지속의순간들 #서평 #사진 #을유문화사



『지속의 순간들』은 여러 저명한 사진가들의 사진을 비교 분석하면서 사진의 본질을 찾아가는 비평집이다. 같은 구도, 같은 장소, 같은 대상 등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서 왜 이 사진들이 본질적으로 다른지 (혹은 같은지) 를 떠든다. 제프 다이어는 지속된 순간의 우연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진을 탐구한다.

이 책을 통해 제프 다이어를 처음 접했기 때문에 어쩐지 당연하게도? 사진작가인 줄 알았다. 사진작가의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그냥 사진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의 평론집이었다. 이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의 책들은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소설이라던가, 요가라던가, 지금과 같은 사진 서평집이라던가. 여기에서부터 제프 다이어의 특이성을 엿볼 수 있는데 그는 심지어 1, 2부는 빠르고 쉽게 3부는 깊게 읽어달라는 꿀팁도 전수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3부가 바로 『지속의 순간들』이다. 나는 작가의 말대로 찬찬히 책을 즐겼다.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다 어떤 일상을 어떻게 담는 것일까? 책은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사진을 쌓는다. 어떤 사람은 지금의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또는 순간을 정의하기 위해 사진을 활용한다. 적으면 생각이 정리되는 글 작가적 정신을 지닌 사람이 있듯이, 찍으면 생각이 정리되는 사진작가적 정신이 있는 것 같았달까. 물론 대단한 정신적 당위가 사진을 형성하진 않는다. 모든 사진은 사진이니까.

순간에 대한 찬사뿐 아니라 사진은 역사나 사고 과정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지금을 찍은 지금의 사진이, 사실은 지금보다 엄청난 것들을 담고 있다는 거다. 이 함축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순간성'에서 결정된다. 어떤 순간을 담느냐에 따라 그 순간이 가진 맥락의 위치가 결정되고 어떤 것은 서사를 어떤 것은 서정을 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글을 읽을수록 사진이 '읽게'되었다. 시로 읽히는 사진과 소설로 읽히는 사진의 간극을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느낀다. 이 느낌에 대한 친절한 분석에서, 그래서 사진을 너무 사랑한다는 애정이 느껴졌다

또 하나 사진의 흥미로운 점은 현실을 찍고있는 것 같아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현상된다는 것이다. 사진을 현실의 복기라고 말하기엔 흑백과 컬러, 온도감, 구도 등 미치게 많은 조절점들이 있다. 현실과 가장 흡사한 재연임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의 숙제는 '본질'을 담는 것이 된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너머의 본질적 세상을 보려고 한다. 감히 진정을 담으려고 하는 의지는 모든 예술 분야가 가진 정신병이다. 그중에서도 사진은 가장 멈춰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영원히 사랑받는 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오렌지 사진을 보며 생각난 오렌지 시를 첨부한다. 역시 예술은 닮았어.



오렌지-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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