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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감상문
- 이미나
- 13,500원 (10%↓
750) - 2021-10-27
: 76
확실히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는 요즘이다.
이전엔 유별난 건강챙기기로 취급됐다면 이제서야 환경성도 인정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걸맞게 또다른 신간이 등장했다. 바로 『채식감상문』! 뭔가 채식 전문가로 느껴지는, 그러니까 이미 다른 세상 사람같은 채식러가 쓴 책이 아니라, 채식에 도전하는 일기다. 족발을 보면서 연어를 먹고. 연어를 생각하면서 열매를 먹어보는 일기다.
이 책은 무려 자매가 만들었다. 대충 환경에 관심있는 동생과 열정적으로 먹거리를 사랑하는 언니가 함께했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식습관의 변화가 어렵다. 내가 시금치만 잔뜩 사다둔다고해서 영원히 우리집 냉장고에 삼겹살이 없는 게 아니다. 채식하면 밖에선 뭐먹지? 에 대한 흔한 고민을 채식하면 집에선 뭐먹지? 라는 것까지 확장하는 가족의 형태는, 우리의 육식주의적인 식탁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아주 유쾌한 태도로 채식을 시작한다. 살짝 겸사겸사 살도 빼고 살짝 겸사겸사 올 해 받은 기도 제목도 실천해보자는 식이다. 사람들은 하나의 가치관을 세울 때 밤새 결정한 커다란 다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모두 은근히 알고있다. 일단 대충 시작해보는 것이 모든 일의 왕도라는 걸.
책은 n차에 걸친 채식 도전과 이에 대한 짤막한 후기들로 구성되어있다. 부분적인 채식을 하는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대목은 채식을 찾아먹을수록 '내가 정말 많이 처먹는구나...! 이렇게까지 말할 수 밖에 없도록 먹는구나...!' 라는 걸 알게되는 부분이다. 세상의 음식은 많다. 진짜 넘 많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채식을 멈추는 법도 기록한다는 것이다. 지인과 밥을 먹을 때, 누군가에게 초대 받았을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밥을 먹는다. 상대와 함께 즐긴다. 그 자리에서 채식을 멈추는 것은 핑계보다는 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쉼이랄까. 이렇게 쓰니 더 핑계같지만 구속하지 않을수록 우리는 더 멀리 달릴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 상황 또한 생생한 재미를 준다. 채식을 시도하는 동생 옆에서 우낀소를 먹는 언니... 채식러라면 오백번쯤 경험할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채식에 대한 흔한 오해처럼! 내 앞에서 굳이 왜 저딴걸 먹지? 하지 않는다. 완벽한 채식주의자란 없고, 상대를 비판하기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나와 즐겨준다면 더욱 즐거울 뿐.
모든 과정을 마친 후기 또한 굉장히 신선하고 솔직하다.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누구나 익숙하고 맛있는 육식을 절제하기란 힘들다. 당신이 아는 그 비건 누구누구도 필시 그랬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채식에 관한 책을 썼으면서 채식만을 하면서 살지는 못하겠다고 고백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도 그렇다. 채식을 선호하지만 육식도 좋아한다. 채식을 만들어먹지만 육식도 사먹는다. 그게 나의 솔직하고 강경한 태도다. 이상하게 사람은 완벽하려고 한다. 그 때문에 오점이 생기면 채식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포기할 바엔 허점을 인정하고 그래도 채식에 대한 사랑을 키우겠다는 태도가 건강하다. 나에게도 지구에게도 모든 당신들에게도.
덧붙여 말하자면 삽화가 정말 예쁘다. 이 가족은 정말 애정이 넘치는 가족인데 그림에서도 왜인지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다.
가족 중에 채식을 실천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채식 해보고 싶은데 겁이 난다면 정말 주저없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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