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문 읽기, 추억 읽기, 시대 읽기
다이어리 2003/04/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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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을 모티브로 쓰여졌다. 저자는 오래된 신문을 뒤적이다 흥미로운 기사들을 발견했고, 그 기사를 통해 변화된 시대상을 거슬러 간다. 저자의 흥미를 끈 기사는 정치 사회면이나 논평면이 아니다. 그날 치 신문의 맨 끝머리 보도면을 장식하고 있는 소소한 기사들이다. 불량식품, 나체질주자, 정치인 사칭 사기꾼, 미스 코리아, 야간 통행 금지 등등. 소재면에서 향수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기사들이지만 저자는 마냥 그리워하지 않는다. 과거의 것들은 향수와 더불어 지금이라면 결코 그리워하지 않을 상처의 자리또한 동반하기 때문이다.
거리감을 둔 현재의 시선으로 떠올리면 어처구니 없는 먼 시대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시대는 불과 50년이 넘지 않은 이 곳의 모습이다. 장발을 한 청년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무릎 꿇려져 삭발 당하고, 밤에는 돌아다닐 수 없으며, 미치지도 않은 청년들이 발가벗고 거리를 질주하고, 원치 않는 키스를 당했다고 한 여성은 부모의 묘지에서 자살한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50년 전엔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어쩌구니 없는 이 사건들의 배후엔 뭐가 도사리고 있을까... 저자는 넉살 좋은 입담으로 연민과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묻고 있다.
이러한 시대 읽기와 더불어 이 책의 재미는 각 신문 기사를 읽으며 떠올리는 저자의 경험담을 읽는 것이다. 반항기 다분한 청년 시절의 이력과 주변 사람들의 얘기는 신문 기사가 채집하지 못한 그 시대의 지극히 소소한 이들을 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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