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밖에 구멍 난 옷을 입고 홀로, 때로는 누나와 있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 경찰에까지 신고하는 누구에게는 오지랖이 넓은 것을 떠나 불편해보이지만 마음씨가 따뜻한 (관종들)의 정해, 영기 부부와 헬스장에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올바른 운동 자세를 가르쳐주며 만나게 된 남자와 그저 남자가 모으고 있는 오래된 엽서 속 글자들을 해석해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누군가에겐 그 모습이 매우 불쾌하게 여겨지던 (빈티지 엽서)의 그녀, 아내를 보내고 집에 틀어박혀 있지 말라는 아들의 성화에 여러가지를 배우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포기했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성경배우기 수업에 참여한 교회에서 허름한 차림의 양봉업자 박훈식 씨의 무례한 태도에 상종하지 않고 선을 긋기로 결심하지만 점점 폭우에 그의 거처에서 그가 건넨 꿀을 탄 물을 마시며 마음이 풀려가는 (푸른색 루비콘)의 손경수 씨, 아픈 어머니를 대신하여 이불 가게를 도맡게 된 애심에게 언니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며 애심의 말을 들어주었던 (하루치의 말)와 본명이 현옥인 현서와 그런 현서에게 돈을 선뜻 빌려준 애심, 미술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혜정의 소개로 저명한 안지일의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의 반응을 글을 쓰는 일을 맡게 된 (우연의 직조)의 우나, 자꾸만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았고 자신이 소유한 땅을 희래삼촌에게 팔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치매로까지 발전될 것이 분명한 아버지에게 자신이 받을 몫의 유산을 미리 요구하는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의 아들, 요양원에 있을 아버지가 홀로 살았던 집을 차지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왔으나 애지중지 자신이 키운 청란을 동네 사람들에게 팔며 달걀을 싫어하던 아버지또한 구매한 사실을 알게 된 자신과 똑닮은 민지에게 청란을 구매하는 (달걀의 온기)의 선희까지......
김혜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달걀의 온기] 속 인물들이 왠지 낯설지 않게 제 주변에 분명히 있는 사람들과 닮았으며 어떤 면모에선 제 모습이 보여 부끄러움이 들기도 했으나 그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온기를 저도 느껴보고 싶습니다.
김혜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