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물고구마 2025/12/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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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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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11-20
: 3,460
오늘 극장에서 「누군가의 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이번에 예술독립영화관(요즘에는 2~30분길이의 단편영화도 특별상영하는 와중에)에서 개봉한 영화들의 상영시간이 90분도 채 되지 않아 고르고 골라 시간이 맞춰 보게 된 영화인데 상영이 시작이 되자 이게 실존 인물인 윤덕노님의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약 10년만에 한국에서 WBC 아시안 챔피언이 나왔고 그게 바로 윤덕노선수이며 그가 지나온 힘들었던 삶과 복싱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인터뷰와 묵묵히 연습과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를 지켜본 관장님과 같이 땀흘리던 동료들의 인터뷰, 그리고 타이틀 방어전을 준비하고 일본에서 타이틀 방어전을 치루는 모습들이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담겨져있습니다.
첫 장편소설「화성의 아이」이후, 코로나시기에 출간되었지만 읽지 않고 건너뛰어버린 세번째 소설집 「에디 혹은 애슐리」이후 5년만에 출간된 김성중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왼손잡이는 꿈을 발 기억한다」를 읽고 리뷰하는 자리에 영화 「누군가의 꿈」에 대한 감상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꿈‘이라는 키워드때문만이 아니라 꿈을 향해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신의 대한 검색결과가 없지만 꿈이 있는 인물들이 선택하고 그 선택하는 것에 대한 결과에 직면하는 모습과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들((유령들), (새로운 남편),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서풍), (귤락 혹은 귤실), (도트와 프랭크), (맥주의 알), (맨발 교실)) 속 불현듯 찾아온 죽음을 맞이한 후 유령처럼 여기저기 부유하다가 만나게 되는 수다쟁이 마지놀리아(줄여서 마지)나 고장난 것이 분명하지만 빨간 눈으로 이러저리 루트를 타며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와 딸의 곁을 맴돌고(유령들), 현재의 못난 남편의 외면은 닮았지만 인공지능으로 세팅된 자신들에게 다정다감한 새로운 남편을 맞이하는 돌봄 노동 중독인 여성들(새로운 남편), 평화롭게 꿈을 꾸고 있던 중에 의문의 남자가 찾아와 꿈과 희망찬 현실을 맞교환하자는 거래를 제안하여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아늑한 현실을 마주한 대신 불안한 꿈 속을 헤매고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과 운명적으로 동행하여 그가 행하는 불장난같은 방화를 목도(서풍)하며, 자신을 세번째로 떠나버린 아내가 이번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직감한 카페사장과 가을이 오면 거의 반죽음상태에 이르며 가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청년과 함께 손님이 없는 저녁에 데킬라를 마시며 귤에 달려있는 귤락을 누가 빨리 제거하는 지 내기하는 애인과 헤어진 지 이 년 넘은 작가(귤락 혹은 귤실), 여행지에서 만나 음악적인 교류를 통해 동료가 되어 함께 지내다 뜻밖의 생겨버린 존재로 인해 잔잔하던 물결에 밀려오는 파도같이 변해버린 인디 부부밴드(도트와 프랭크), 기네스 맥주 캔 속 들어있는 흰 플라스틱 구슬(위젯이라고 부르는)로 인해 상황주의자 모임에 들어가게 된 정처없이 방황하던 인물(맥주의 알), 겨울을 나는 야생 동물들의 일용한 식량인 도토리를 무분별하게 훔쳐가는 비양심적인 사람에게 청설모가 되라는 저주를 내린 후 자신과 자주가던 카페에서 만난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와 옆에서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지만 일정 시간마다 새로 주문을 하는 교양깊은 할머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증발되는 기이한 일을 맞이하는 상황에 놓인 글로 성공하고 싶은 인물(맨발 교실)들이 아득해보이는 꿈을 꾸며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메어있지 않고 선택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그 결과 혹은 현실 속으로 한 발짝 나아가며 다가올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모습들에서 매혹을 느끼고 자극을 크게 받아 제 마음 속에 있던 미지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고 쓰면 너무나도 비약적인 망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게밖에 쓸 수가 없는 제 자신에게 다가올 내일을 향해 주어진 오늘을 그저 살아가고자합니다.
김성중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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