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뜻밖의 카프카
물고구마 2025/11/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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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카프카
- 김살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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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0
2016년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이후로 9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내신 김살로메작가님의 신작 제목은 「뜻밖의 카프카」입니다.
(헬리아데스 콤플렉스)
문화강좌에서 만나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거리낌없이 흡연하며 자신이 우선인 도금과 정반대인 자신보다 타인을 살뜰히 돌아보며 그야말로 천사나 다름없는 유리, 그 두사람 사이에서 거닐고 있는 지수와 ‘세상엔 관계를 확장하려는 사람은 많아도, 똑 부러지게 단절하려는 이는 드물었다. (중략) 아픔을 겪으면서도, 부당함을 마주하면서도 견뎌보는 게 일반적인 관계 맺음의 방식이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짧거나 긴 추억의 궤짝에 톱날을 들이대는 일과 같아서, 대개는 그 문 앞에서 망설이다 제풀에 지쳐가곤 했다. 미련 때문이 아니었다. 자책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특히 사람들은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못 견뎌 했다. 그래서 맘에도 없는 적재적소의 사회적 아바타를 만들어 관계 유지나 그것의 확장을 도모하는 데에 바쁘게 동참했다. 모든 게 허깨비 놀음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거나 파국을 맞은 뒤에야 알 것이었다.(30~31쪽)‘ 같은 문장을 읽으면서 제 마음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내 모자를 두고 왔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한 심신을 다독여주던 외부 강사가 3년 동안 방송통신대학교 수업을 들으며 글을 써오던 마린이라는 재소자의 부탁을 받아 시드니에서 유명한 시인의 작품을 구하려고 수소문하는 내용인 데 단편들의 제목을 감싸는 카프카일 것이 분명한 형형한 눈빛을 지닌 남자의 이미지를 글로 형상화한다면 마린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뜻밖의 카프카)
첫사랑이었던 해도와는 오해로 인해 결별하게 되었고 남을 칭송하기 위해 주변인인 자신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군소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로사가 10만 유튜버가 된 해도의 유튜브채널을 방문하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의 배후가 다름 아닌 자신의 절친이자 자신을 시녀처럼 부리는 미희에게 있음을 알게되며 마침내 결심을 하여 행하는 로사의 모습니 인상깊었습니다.
(물어본다)
자신의 남동생이자 10살같지 않게 능구렁이같은 김민수를 편애하는 엄마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맏딸 김민지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이며 구수한 사투리와 찰진 욕설이 난무하는 소설의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안개 기둥)
처음에 실린 (헬리아데스 콤플렉스)의 유리처럼 캄란콩으로 불리는 오갈데도 없던 이욱해를 무조건적으로 거둬들이던 월산아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일에 캄란콩이 연관 있다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월산아재의 딸이자 자신을 괴롭히던 순경이에 대한 원망에 눈이 멀어 입을 꾹 다물고 합리화하던 인물이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풍화되고 왜곡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캄란콩을 만나야겠다는 다짐이 뇌리에 남고 과연 캄란콩이라 불리던 이욱해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지 궁금합니다.
(따뜻한 컵 프로젝트)
제목이 독특해서 뭔가 특별한 이야기겠거니 싶었는 데 열심히 자료조사하던 양난이의 공로를 가로채 늦게 들어왔지만 팀장으로 승진한 기찬세의 팽팽한 대립과 대비되는 집도 차도 화려한 옷도 없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견우옹과 수로부인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니암카가 오신다)
‘니암카‘가 누구길래 니암카(알고 보니 Main Character를 거꾸로 하여 그것을 줄이면 니암카가 된다고 하네요.)가 머무는 10분남짓한 시간에 목숨을 걸고 니암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일들을 실행하는 탁 트인 협력단의 직원이자 평소엔 불의를 보면 꾹 참던 인물이 갑자기 무슨 마음으로 그렇게 했는 지 의구심이 들었고 오히려 호기롭게 했던 그 알량한 행동으로 인해 상황이 복잡하지만 모욕이 덮쳐도 견뎌낼 수 있다고 자조하는 모습에 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무거운 사과)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아서 갑자기 자신의 삶에 출현한 C를 사랑하지만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 C때문에 마음이 고통스러운 중환자실 병동 간호사인 그녀에게 C와 동갑이지만 그녀와 학번이 같던 선재가 고백을 하지만 이미 C를 사랑하기에 거절하였고 이후 C와 선재, 그녀 셋이서 산행을 하게 되는 데 거기서 그녀가 가방에 챙겨온 무거운 사과와 과도가 생뚱맞지만 강렬하게 이미지에 남았습니다.
2020년 포토에세이「엄마의 뜰」이후 따로 심리학을 공부하신 것이 아닐까정도로 이번 작품에서 인간심리에 관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퍼져있어서 그 내용을 곱씹으면서 단순히 문학을 감상하고 작품을 읽는 것을 넘어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고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완연한 봄이 찾아온 시드니와 같은 선선한 11월에 2020년 이후 북플에 이렇다할 소식이 없으셨던 김살로메작가님이 제게 이처럼 ‘내 모자를 거기 두고 왔습니다‘같은 신호같은 소식을 전해주신 것이라 여겨지고 그 답례로 제가 ‘혼자 탈 수 있습니다‘라는 정해진 암호대신 작가님에게 건낼 수 있는 대답을 생각하려 합니다.
김살로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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