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에서 출간하는 소설, 다산책방의 소설이라는 다소 시리즈의 첫번째로 조해진작가님이 2023년 가을에 발표하신 단편 (여름밤 해변에서, 우리)를 경장편화하여 2024년 12월 4일 수요일부터 2025년 6월 30일 월요일까지 주로 서울시 양천구 어느 빌라의 거실 창가에 놓인 책상에서 이따금씩 레드 와인을 곁들이며 소설에서 럭키타운 402호에 고양이 두 마리인 양평이와 오모리가 자신을 사랑해 줄 집사를 맞이하기를 기다라고 있듯이 카페라테 단심과 삼색 복희 이렇게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게으름을 피우시며 집필하신 경장편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가 PVC커버로 감각적이게 출간되었는 데 저는 1321번째로 인쇄된 책을 받았습니다.
PVC커버 안에 하얀 북태그는 분리할 수 있고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요일에 어울리는 소설 속 문장 중 하나를 무작위로 인쇄했다고 하여 빼내려고 하니 PVC커버가 딱 맞게 제본되어 있어 꺼내기 힘들었고 잡아서 땡기려고 하니 아르떼지로 인쇄한 표지가 구겨지고 심지어 찢어질 것 같아 과감하게 북태그 뒷면을 안보는 선택도 있었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결국엔 PVC커버를 자르는 걸로 합의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 리뷰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빨리 우리의 곁을 떠나신 김학찬 작가님의 유고집(소설집 「구름기」는 하루 만에 읽었고 산문집인 「투암기」를 읽고 있습니다.)을 읽고 있는 데 「투암기」에서 작가님의 폐암을 진단받아 렉라자맨이 되셨고 그 비싼 약을 매일 드시며 그 날의 일상들을 쓰신 것을 읽고 있는 데 너무 괴로웠습니다만,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에서도 6년간 중등교사였지만 난소암 진단 받고 투병생활하다 교사를 그만두고 인권센터에서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는 약자들을 대변해주고 그들과 함께 맞서 싸운 것밖에 없었는 데 이번엔 유방암 진단으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50대인 김은희 님과 같은 병실을 쓰는 70대 폐암 4기인 최미숙 님과 티격태격하는 20대 림프종 혈액암 환자인 김서아 님을 보면서 고통이 온전하게한 느껴져 다시 괴로웠지만 「투암기」와 달리 비록 작가님의 주변 인물들을 바탕으로 쓰시긴 했지만 ‘소설‘이라는 것에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은 너무 속물같아 보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원룸의 드럼세탁기가 배수구문제가 있었는 데 그것을 수리하려면 빌트인 된 세탁기를 분리하고 그전에 누추하게 엉망인 제 방에 들어와야하니 복잡하고 두려워서 코인세탁방을 주로 이용할 수 밖에 없었는 데 무무 씨와 은희 님의 아늑한 휴식터가 되어준 북경반점과 리스본 호프, 삿포로 라멘과 바릴로체 카페 그리고 뉴욕 맨션과 캄차카 모텔, 피닉스 고시원이 있을 24시간 무인인 워시토피아가 우리 동네에 있었다면 세탁할 일이 없어도 그 곳에 잠시 앉아 음료 제조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책을 읽다보면 김은희 님과 은희 님 다음으로 인권센터에서 7년동안 일했던 동준에게 소개받아 럭키타운 402호에 양평이와 오모리를 보살피고 있을 함수연 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미소를 띄우며 눈인사하고 싶습니다.
조해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