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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uwjd님의 서재
  • 팽이 (리마스터판)
  • 최진영
  • 16,200원 (10%900)
  • 2025-06-20
  • : 3,455
2013년에 출간되었던 최진영작가님의 첫 소설집 「팽이」가 2025년 개정판이 출간되었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한번씩 기억을 잃는 주와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점점 쇠약해지는 단이 쌍둥이며 벚꽃을 보러갔다가 휠체어에 앉은 단을 두고 돌아오지 않는 단과 함께 외출했다는 기억을 잃어버린 주가 대학생이 되어 혼자서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단이 남겨질 집을 떠나는 (주단)에서부터 성묘 하러 갔다가 우연히 수상한 검은 가방을 발견하였고 그 속엔 자그마치 3억이라는 거금이 들어있어 놀라움과 동시에 드는 가족간의 욕망이 잘드러난 (돈가방), TVN 「비밀독서단」에 등장했던 강력범죄에 연루된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지만 정작 유치장에 있는 남편을 면회하러 갈 때에는 왜 그랬냐고 몰아세우는 아내와 갑작스레 집에 방문한 형사의 대사들을 소리내어 읽었던 (남편), 「어린왕자」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고 본능에 충실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코끼리 엘리와 함께 할 로드무비가 인상적인 (엘리), 나를 미워하고 욕하던 상사를 포함한 회사동료들에게 메신저 대화창을 삭제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며 빅엿을 날리고 유유히 회사같지도 않은 곳에서 탈출하는 (창)의 인물을 보며 통쾌함을 넘어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고 두번째 소설집에 실린 단편과 제목이 같은 내가 동경하고 남모르게 좋아하던 그 사람이 너는 누구냐고 내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면 그에 대한 배신감과 허탈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첫사랑), 초판에서는 제일 마지막에 실렸지만 애리조나에서 루시가 된 엄마가 있는 (팽이)의 동생이 대학에 다니면서 본드로 붙인 수수깡으로 지은 집같은 곳을 떠나는 모습에서 왠지 두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속 이나의 고모(겨울방학)가 떠올랐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피곤한 탓인지 아니면 처음 읽었을 2013년에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탓인지 쉽사리 읽어가지는 못했지만 두 눈을 잃어버린 펭귄과 자라를 낳은 낙타가 살아갈 (새끼, 자라다)의 사막같은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읽으면서 고민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감쪽같이 사라지며 자신 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월드빌 401호)의 품에 안겨 죽어가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지어준 종철이가 가여웠고 아버지가 그려주고 알려주었지만 끝끝내 찾아가지 못하고 미로 같은 길을 헤메고 있는 (어디쯤)의 두 사람을 보며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재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지만 작가님과 「팽이」속 존재들과 함께라면 잘 살아가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해봅니다.

최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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