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장편소설「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그리고 핀 시리즈 소설선 「유령」까지 정말 깊이 있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주시는 정용준작가님의 5번째 장편소설인 「너에게 묻는다」가 출간되었고 읽었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전석순작가님의 「빛들의 환대」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어서 들었다는 것인 데 「빛들의 환대」과 임종체험관에서 죽음을 체험하는 인물들과 그들을 인도해주는 직원들의 무거운 사연과 곳곳에 도사리는 죽음의 손길처럼 찍혀있는 마침표들로 인해 많은 생각과 시간이 흘렀는 데 이 소설 또한 소재는 다르지만 사랑받아야 마땅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라는 이유로 또는 사랑하므로 엇나가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마음대로 행해지는 폭력과 욕설과 협박 그리고 무시하며 학대를 일삼는 남보다 못한 가족들이 죄값을 제대로 받지 않고 받더라도 가벼운 처벌만 받고 그마저도 모범수로 가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며 또 학대를 저지르는 모습들이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다는 무거운 현실을 담고 아물었지만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마침표들이 박혀있어서 잠시 멍해졌습니다.
아직도 저는 가끔씩 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머리가 커지면서 들었던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 이 소설 속에 스러져간 사랑받아야 할 마땅한 천사들과 뉴스에서 접하던 사연들처럼 지속적으로 심하게 학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남들처럼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에 [진탐]에서 스크립트를 쓰고 있는 유희진처럼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가 있었고 그래서 한때는 정말 제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었기에 제 스스로 도망쳐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사라지면 어쩌지?하는 마음과 혹시나 나를 찾아 와서 ‘이렇게 된 것이 네 탓이야‘ 라고 힐난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는 데 한편 소설 속에서 학대를 일삼던 가해자들이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그렇게 남은 가족들이 ‘혹시 만약에 그 사람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나요?(51쪽)‘라고 물어보는 것과 걱정되니?라는 물음에 ‘다시 집에 돌아올까 봐(203쪽)‘ 끄덕이며 답하는 모습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저도 유희진처럼 그런 유희진이 믿고 의지한 서지우처럼 하고 싶은 말들이 턱밑에 차오를 정도로 많은 데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를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잘 알고 이해하는 만큼 무엇에 약하고 절박한지 아는 거예요(84~5쪽).‘라는 유희진의 대사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정용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