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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소박하고 욕심없는 장래희망이 또 있을까? 그의 장래희망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것.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고 갈망하지만 그 누구라도 훌륭한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람이 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 세상과 사회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가족에게도 불만이 많은 사춘기소년.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어른들이 가는 부정한 곳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순진하고 겁많고 마음이 약한 소년.

사실 생각해 보면 '그'나 '우리'나 다를것이 조금도 없다. 우리의 사춘기를 생각해 보자. 질풍노도의 시기,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어느쪽에도 낄수 없는 '주변인'의 존재였던 사춘기.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에 대해서 불만을 가져보고 술이나 담배, 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직접 충족하기도 했고 억누르기도 했었던, 그렇게 지내왔던 사춘기 시절, 눈을 떠보니 눈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되어있었다. 이제껏 우리들이 입밖에 내기를 꺼려했던 수많은 거짓들과 분노와 불신, 그리고 진실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홀든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 소설 도입부에서 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단지 그가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사회와 인격의 낙오자라도 되는양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끌어내 버린다. 그리하여 홀든 콜필드는 대단한 부정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남들보다 더 삐딱선을 탄것도 아닌데 퇴학 당한다. 퇴학당한 후 집으로 가는길에 만난 사람들, 모순에 가득찬 사람들, 자기 합리화를 내새우는 사람들. 그나마 아직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이가 있다면 바로 자신의 여동생 '피비'. 어리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일 뿐이지만 홀든은 자신의 고민을 여동생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홀든에 있어서 '피비'는 순수를 상징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삶에 지치고 괴로울때마다 동생을 생각한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생각한다. 언젠가는 훌륭한 파수꾼이 될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의 더러움에 알아버린 홀든에게는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에서인가 영화잡지에서인가 보았던 내용이 언뜻 떠오른다.

영화 '레옹'에서 주인공 '레옹'은 밖에서는 살인을 저지르는 냉정한 킬러이지만 집에서는 작은 화초화분을 목숨처럼 애지중지 여기고 기르는 레옹. 그 화초화분은 살인청부업자 레옹의 '순수'를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돌이킬수 없는 순수를 모두 놓아버리는 대신 방패막이처럼 마음 한곳에 지니고 있는 레옹 처럼 홀든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든은 어느 정신병원에 있다. 그리고 병실에 앉아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과거이야기를 하는 그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미워하고 증오하고 경멸스러워했던 모든이들을 떠올리며 그립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부탁인지 충고인지 명령인지를 한다. 누구에게든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해버리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지기 시작할 거라고. 홀든은 이 한마디를 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맺는다.

우리들은 홀든의 마지막 말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참마음을 얘기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진실은 언제나 가려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회가 우리의 눈을 가리고 불신과 배신이 우리를 절망케 한다해도 우리는 이럭저럭 적응해 간다. 더러움에 물들라 치면 호밀밭의 파수꾼을 생각하자. 그리고 자신의 진정한 희망을 생각하자. 이제 우리 자신들은 알고 있다. 세상이 나를 향해 비열하다고 해도, 그저 그런 인간이라고 치부해 버려도 우리 자신만큼은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순수한 사람인지를, 모두가 나를 외면한데도 나자신만큼은 나를 배반하지 않으리라는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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