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책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 하나가 카톡으로 책속의 문구 하나를 올려 주었다. 무척 감명 깊은 내용이었다. 젊은 시각이자 깊이가 있는, 오크나무상자 속의 아이폰과 같은 독특한 삶의 통찰이 엿보였다. 저자를 물었다. 김영하란다. 나는 그 때 까지 김영하를 통속소설을 좀 쓸 줄 아는 그런 작가로 알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무엇보다 솔직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젊은 세대 들에게 "너희는 끝장났어. 희망도 가질 수 없다구" 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썩어버릴거야?" 라고 묻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독자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였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세대를 넘어서는, 같은 시대와 공간을 공유하는 모든 이에게 울림을 줄 만한 내용이었다. 물론 이 책 뿐 아니라 모든 삶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의 요점은 같다.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인 것, 그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척박한 땅에서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맥주 한잔 나누며 이야기 하듯 편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지난해만큼의 고뇌와 즐거움과 후회와 만족이 있을 것이다. 총량은 비숫할 것이다. 물론 아프고 어두운 부분을 줄이고 싶지만 그럴 수 있을까. 아마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는 지는 나에게 달렸다. 섬세한 태피스트리와 같이 촘촘하게, 하나의 색이 이웃한 색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아름다운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의지에 속한다.
그가 이야기하듯, 진부한 그것이 아니기를. 남과 다른 나만의 그것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