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당연한' 경제 운영체제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잘 돌아가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파레토
법칙을 훨씬 뛰어넘는 부의 불평등 문제나 환경오염 등을 생각하면 자본주의가 완벽히 다듬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북유럽형 모델이 있는가 하면 하향식(톱다운 식)의 개선을 기대하는 국가도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중에 나온 저서도 다양하다.
이러한 저서를 읽을 때 나는 다음 세 가지 항목으로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평가한다. 첫째는
‘주장이 얼마나
참신한가?’이다. 수많은 주장이 제기되고 사장되지만 이전의 주장에서 얼마나
발전되었고 참신한지를 살펴본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국민 전원이 이 나라의 주인이듯 모두 공평하게 한 주씩을 나눠 가지고 배당을 받는다는 개념은 민주주의에 뿌리를 둔 자본주의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으며 참신하게 다가왔다. 민주주의와 궤를 함께해 온 경제 운영체제가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오랜만에 떠올릴 기회였다.
두
번째로는 ‘이 책을 읽은 후
독자인 내가 얼마나 설득되었는가’이다. 이 점에서는 100점 만점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은 저자의 주장이
허무맹랑해서가 아니다. 사실 이
책은
200쪽 남짓인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보다 나은 내일을 이야기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짧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가 학자라기보다는 실업가여서인지 고리타분한 배경
설명은 빼고 우선 모델을 제시한 후 예상되는 반론을 하나씩 논파하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저자가 그린 그림을 한 톨도 빠짐없이 완전히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내용상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의 입장과 큰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 모두에서 생각해도 한 쪽이 손해를 보거나 반대 주장을 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
번째로는 ‘현실적으로 보아
현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기준보다는 비중을 높이 두지
않는다.
수백 쪽 남짓의 책 한 권으로 당장
현대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은 정책 입안자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본다면 높이 평가하고 싶고, 후속편 등의
형태로 좀 더 주장과 근거와 예가 단단히 다져진 책을 보고 싶다. 200쪽 남짓으로는 저자가 원하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기에 다소
빈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든
점을 종합해서 봤을 때 약간은 아쉽지만, 아쉬운 이유
때문에 더 참신하게 느껴졌고 저자의 다음 저서를 기다리게 되었다.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