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전체를 아울러 일반적으로 쓰기란 쉽지 않다. 한 권의 책에 한 나라의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이미 출판시장에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모든 독자를 만족하게 하는 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나도 일본어와 함께한 지 어언 15년에 그중 4년은 일본 현지에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누군가 이런 책을 쓰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겨냥한 독자층에
따른 난이도 조절 때문일 것이다. 누가 읽을 것인가에 따라서 얼마나 깊이 있게, 자세하게 쓸 지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대한 넓은
층의 일반 독자를 흡수하고자 했고, 연령대가 낮은(어린 학생) 독자층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쓰였다. 더운 여름날에 읽은
탓인지, 이 책은 나에게 어린 시절 여름방학 숙제처럼 다가왔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한 나라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른 책 한
권을 읽으며 간접체험을 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보는 나의 좁은 시야를 탁 틔우는 것. 성인 독자가 읽기에는 깊이가 얕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잠도 오지 않는 여름밤에 시시껄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 수박과 선풍기를 벗 삼아 술술 읽어 내려가기에 적당한 책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신뢰성이다. 저마다 보고 듣고 겪고 느끼지 못한 사실을 서술하기란 쉽지 않다. 편협된 사고는 나쁜 것이
아니라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를 한 번 살펴보자. 학벌이나 직업, 소속이 그 사람의 신뢰성 100%를 나타낼 수는
없지만 판단하는 데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다. 저자 이욱연은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했으며, 2년간
베이징사범대학교에서 수학한 사람이다. 그리고 중국의 유명한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도 다수 옮겼으니, 양국의 문화를 조화롭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 하면 너무나 '친중'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중국인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닌데 주의해야 할
점이나 단점, 결점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서술했다. 좋아하는 국가인 만큼 오랫동안 공부했고 이런 책까지 저술했겠지만 출간물로서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점이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저자가 중국에서, 혹은 중국인을 대하면서 고생했던 점을 좀 더 솔직하게 써주었으면 도움이 되었으련만.
책으로 잠깐 들어가서 말하면, 나는 '역사'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상인(商人)'이라는 단어가 '은나라'라고도 불리는 '상나라'
사람에서 나온 말이란 점은 처음 아는 사실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나처럼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중국역사의 발전 과정을 모르니,
간단하게라도 연대표를 넣어주었다면 더욱 활용도 높은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문화'편에서 영화가 국영 시스템에 따라서
제작되는 이점만 등장하는 것도 아쉽다. 그런 부분이 전체적으로 글의 분위기를 관통하고 좌우한다. '한중관계'편에서 저자는 박지원의 '이용후생'
정신에 주목하는데, 이 부분을 읽고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삶에 이롭고 우리 삶을 두텁게 하는' 나라이니 과와 오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주자는 뉘앙스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내용상 '한중관계'는 왜 이 부분이 하나의 장을 차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주장을 하려고 그랬던 걸까.
분명 단점도 눈에 들어오는 책이지만 읽어서 시간이 아까운 책은 아니다. 여름밤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어차피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 가 본 적이 있다면, 혹은 중국인 친구가 있다면 크게 새롭게 와 닿는 내용은
아니다. 내가 10가지 분야에서 8만큼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접하지 못한 2만큼의 상식을 채워주는 책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2가 아닌
3이나 5, 혹은 과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무겁고 불쾌한 책은 아니다. 특히 학생이 읽거나 자녀와 함께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겸사겸사 나의 부족한 상식도 채워 넣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