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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원님의 서재
  •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스티븐 레빗 외
  • 18,000원 (10%1,000)
  • 2007-04-25
  • : 6,633

나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4학년이 되어서도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경제용어 몇 가지를 알아듣는 정도로 ‘내가 과연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을 느꼈다. 그때 지도교수가 내 고민을 듣고 해주었던 말이 있다. ‘학부 4년은 “경제학”을 배우는 시기가 아니란다. “경제학적 사고”를 배우는 시기이지.’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내던져지듯 나온 사회는 내 생각보다 너무나 복잡해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기 어려웠다. 4년 동안 익힌 경제학적 사고는 다원화된 사회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며 살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괴짜경제학》은 바로 이런 ‘경제학적 사고’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저자인 스티븐 레빗은 2003년 포춘지가 선정한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꼽혔으며,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크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천재 경제학자다. 이처럼 최고의 경력을 거쳤지만 정작 자신을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경제지표 계산에도 재능이 없다.’ 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머리를 한 10도 정도는 기울인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괴짜와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저자가 뜬 구름 잡는 허황된 소리를 늘어놓은 책은 아니다. 분석 과정만큼은 경제학의 원리와 도구를 쉽게 설명하면서 충실히 사용한다.

저자는 ‘경제학은 두서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보를 신뢰성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하고 융통성 있는 도구로 구성되어 있다.’ 라고 말하며 책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기본 전제를 안내한다. 인센티브, 나비효과, 정보의 우위, 데이터의 파악과 측정이다. 이러한 전제도 간단하고 쉽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책 앞부분에서 설명하는 ‘인센티브’다. 이 단어가 경제학 용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영업직 같은 데서 물건 많이 팔면 주는 보너스 같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37쪽) 이처럼 경제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미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인센티브는 어떻게 작용할까? 놀이방에 아이를 맡긴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는 시간약속을 자꾸 어기자, 몇몇 경제학자들은 시간을 어긴 부모에게 3달러의 벌금을 매기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스라엘의 한 놀이방에서 실험해 보는데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로 부모들의 지각이 도리어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이 부여한 인센티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실제로는 단돈 3달러에 죄책감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부모들은 생각한 것이다. 이렇듯 경제학자들도 때로는 잘못된 분석과 예측을 한다. 인센티브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경제학의 도구를 이해하고,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사고력이 있으면 저명하다는 경제학자의 주장이나 갖가지 정책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다가도 너무 복잡해서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거나 생각조차 하기 싫어질 때, 이 책이 안내하는 통찰력을 따라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제학적 사고는 세상을 살아가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 줄 것이다. ‘경제’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사람이라면 ‘괴짜’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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