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이들이 건네는 다정한 구원
꽃녀 2026/04/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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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질 소행성
- 오영민 외
- 13,500원 (10%↓
750) - 2026-04-03
: 1,640
🪐 제12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 사라질 소행성
어떠한 결과를 되돌리기 위해 시간을 거스르는 대가는 대개 가혹합니다. 조은오 작가의 <아이엠그라운드> 속 주인공 선우에게 그 대가는 '투명화'로 찾아옵니다. 특정 구간의 시간을 되돌리는 '드래그 딜리트'를 사용할 때마다 선우의 몸은 발끝부터 한 뼘씩 사라집니다. 다시 회복될 때까지 그저 견뎌야 하는 고독한 기다림. 선우는 이를 자신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대가로 여깁니다.
작품은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을 구하는 기적의 비용을 왜 단 한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가?"
이야기 후반부, 친구 녹원은 온몸이 투명해진 선우에게 "왜 네가 다 갚아야 하냐"고 소리칩니다. 초능력과 영웅, 그의 희생과 인류의 구원이라는 당연한 클리셰를 단번에 깨트리는 장면입니다. 선우를 둘러싼 모든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이름을 말함으로써 모두가 조금씩 투명해지는 길을 택합니다.
"벌써 네 명이 나누어 가져가 버린 대가는 무겁지 않았다. … 수많은 이름이 불리자 아무도 투명해지지 않았다.(p.111)"
혼자라면 사라져 버렸을 한 뼘의 투명함이 여럿에게 나뉘자, 누구도 존재를 잃지 않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이는 단 한 명의 초월적인 영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서사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인간적인 위로를 줍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함께 감당하겠다'는 약속만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
[기획의 말] 속 문장처럼 '때로 인간이 절망이지만 여전히 희망(p.5)'인 이유는 그 모순 속에서도 부단히 사랑하고 연대하기를 선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학소설의 외양을 갖추었지만 무엇보다 인간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이 작품집을 통해 과학과 기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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