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이라는 것도, 인간이 이름 붙인 약속의 산물들이다. 사전 속에는 수천 년 세월 동안 수없이많은 사람이 이름 붙인 약속이 있다. 별에는 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돌에는 돌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물과 불에는 물과 불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아마도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었겠지. 우리말을 쓸 때마다 그 말을 만든 사람들의존재가 느껴진다. 이웃 나라의 말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말로써 이름을 약속하고, 그것을 문자로만들어 기록한, 그 수많은 사람과 우리는 늘 함께산다. 어쩌면 영원히 산다. 그 말과 문자가 소멸할때까지. 내가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에서 인생의길을 찾은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셀 수 없이 많은사물과 현상과 인간의 이름 속에는 저마다의 길과빛과 역사가 있다는 사실. 그것이 새삼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