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birdeye-1님의 서재

그 시절 우리는자에 앉았다. 인생의 어느 시기가 되면 알아서 다른 자리를 찾갈 줄 알았다.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기는 했을까.
뼈처럼 말라버린 포도알을 만지작거리며 서 있는 수영과 운주를 두고 나는 마른잎을 밟으며 끝까지 걸어가봤다. 죽어가면서도 햇빛을 받은 탓인지 마른 가지와 나뭇잎에서 희미하게포도 단내가 났다. 휴게실도 없어 비좁은 탈의실 소파에서 계우 숨을 고르던 한오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봤을까. 길쭉한 철제 캐비닛이 보였겠지. 그중 하나에 한오의 이름이 적혀 있고그애가 출근할 때 입고 온 옷이 걸려 있었을 것이다. 더 늦기전에 창구로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기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초조해져서 가슴이 더 적어왔겠지. 허리를 꽉 죄던 유니폼 조끼는 단추라도 풀러두었을지 모르겠다.
"아무도 죽지 마."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