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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eye-1님의 서재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모습이 떠오른다. 감정을 가진 로봇처럼 기계음을 내며 계속 몸을 떨던 얼굴이. 그가 계속해서 ‘우어어, 흐어어‘
라고 웅얼댈 때 그것은 빙하가 무너지는 풍경과 비슷했다. 수백만년 이상 한자리에 태연하고 엄연하게 존재하다 우르르- 한순간에무너져내리는 얼음의 표정과 흡사했다. 그것은 무척 고요하고 장엄하며 안타까웠지만 심지어 아무렇지 않아 보이기까지 했다. 뭐랄까.
세상에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멸망, 어색한 침몰을 목격하는기분이었다. 그는 끝내 온전한 문장 하나를 완성시키지 못하고 숨을거뒀다. 그가 눈을 감자 세상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고요에 휩싸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동시에 내 속에 이상한 그리움,
뜻밖의 욕구가 일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태어난 장소에 가보고 싶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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