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출판사 열다북스가 최근 성착취 및 포르노 관련 도서를 연이어 출간했다.
봄에는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랜드'를 여름에는 박혜정 님의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호주 페미니스트 캐롤라인 노마의 ''위안부'는 여자다'를 출간했고, 텀블벅으로 '여성운동역사만화'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래디컬 페미니즘 성향의 도서를 집중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열다북스의 책들은 기다렸다가 하나씩 사서 모으며 읽는 맛이 있다. 특히 최근 출간된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와 ''위안부'는 여자다'는 한국에서 그동안 언금되었다시피 할 정도로 여성학계에서조차 무시되었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더욱 소중하다.
박혜정 님은 성매매를 '상업적 성착취'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여성운동가로서 성착취 피해자들을 만나고 활동해온 경험을 찬찬히 풀어 놓는다. 특히 집결지 여성들이 락스물로 뒷물을 할 정도로 자기 혐오에 빠져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한국에서 퀴어 운동과 여성운동이 지나치게 결합한 나머지 퀴어 운동의 여성혐오에 관해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시피 하며,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출판되는 도서에 퀴어가 어떻게 성노동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열다북스 책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캐롤라인 노마의 '위안부'는 여자다에서는 어쩌면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착취 피해자의 문제를 이제는 성역화된 '위안부' 문제와 연결시킨다. 사실 자발적으로 성착취 당하기를 선택하는 여성은 아무도 없음에도 성착취 생존자들은 "성을 밝혀서, 섹스하는 걸 좋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 산업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사람들 조차도 그런 견해에 동조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는 '성노동론'을 보면 알 수 있다. 노마 교수는 이런 인식에 일침을 가하면서 성착취 피해자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처지에 있으며, '위안부' 문제는 민족주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문제임을 역설한다.
페미니즘 주제로 출간되는 책 내용들이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열다북스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다른 출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페미니즘 지형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에 더 소중한 기분이 든다. 다음 책도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