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건네는 삶의 이야기
빨강늑대 2016/10/0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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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가 내게 묻다
-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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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6
8월이 저물어가는 날, 느낌 깊고 진하게 읽었던 책.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가을이 짙어가는 밤에 다시 꺼내 읽다가 알라딘을 열었다. 오늘(10월 6일),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밤, 그림과 그림책에 대한 그 사랑을 새삼 들여다보고싶어서였다.
《빨강늑대의 그림책이야기》
http://m.blog.naver.com/j2hansae/220776538519
ㅡㅡㅡㅡㅡ
마지막 장을 덮고 올려다보니 5시 50분이다.
오랜만에 밤을 꼬박 새우는 독서.
여름휴가가 준 선물.
당연히 에디터C(최혜진 작가의 다른 이름)가 건네준 선물.
피터 일스테드의 그림과 함께한 마지막 스물세번째 대화를 마치고 다시 표지로 돌아와 빌헬름 하메르쇠이가 그린 아내 이다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Interior with Woman at Piano(1901)》
이제야 궁금함이 풀렸다.
실은 책 받아보기 전, 맨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을 때 이 표지의 그림을 보았었는데...
왜 뒷모습일까... 뭔가 어색해... 누구의 그림일까...
다 읽으면 왜 이 그림을 표지에 두었는지 알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빌헬름 하메르쇠이의 그림을 이야기할 때 ㅡ 열여섯번째 물음에서 ㅡ 이 화가에 대한 에디터C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뒷모습과 민낯을 소중히 여기는 필자의 마음을 그 그림을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최혜진은, 그 본이름보다는 에디터C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내게는 친근한 블로그이웃이다.
스무해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데도, 그의 글은 늘 함께 생각을 나누는 말그대로 벗의 느낌을 준다.
사실 어떤 글에선가 처음으로 나이를 알고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글이 찰지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않고 진솔하면서도 얇거나 얕지않다. 젊은(^^) 나이에 어디서 이만한 내공이 생겼을까... 궁금했었다. '치열하게 살았고, 끈질기게 물었고, 끊임없이 글을 썼다'고 짐작된다.
압축적으로 살면, 나처럼 성기게 산 사람과는 스무해의 차이 정도야 한걸음에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문의 몇 문장.
여러 대목에서 내가 그림책을 대하는 마음과 느낌과 생각이 그가 그림을 대할 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명화를 왜 좋아하는가?
명화를 어떻게 봐야하는가?
그대로 베껴적어보았다.
나에게 누가
왜 그림책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그림책을 봐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면
똑같지는 않더라도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답하지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서문에서 작가가 부러 따옴표를 쳐둔 몇 단어가 있다. 아래는 그 중 하나다.
"내가 미술관에서
얻고싶은 것은
'교양'이 아니라 '관계'이고,
하고싶은 것은
'감상'이 아니라 '대화'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마음을 기울여 (특히) 서문을 썼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별히 몇 문장은 더욱 그랬을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 문장들과 서문을 읽었고, 그걸 잊지않은 채 본문도 읽었다.
스물 세개의 질문은 네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구성되어있다 : 나. 일. 관계. 마음.
원래 그 각각의 분류에 따라 하나하나의 글 [물음]을 거기 맞춰 써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눈 것은 편집부의 아이디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이 되었건 좋다. 그 글을 그렇게 네개의 큰 범주로 나눠서 보게 한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한 편 한편의 글에 실어진 작가의 삶의 이야기의 진솔함과 그 깊이가 참 좋았다. 명화가 홀로 고고하게 서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삶이 그림을 만날 때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인생은 곱셈과 같아서 내가 비어있으면 (zero) 무엇을 만나도 (X)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비유와 같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결코 명화를 소개하는 '미술' 교양서가 아니다. 어떤 미술전문가의 미술평론과도 같지않은 독자적인 책이 탄생한 것이다.
'살고 느끼고 묻고 쓰기'가 결실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이다.
한 편씩 읽고 그림을 보고 덮어두고 하기를 보름쯤 계속하다 어젯밤 늦게 part 3. 4 열하나의 물음을 몰아서 보았다.
그럴려고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졸지에 날을 새운 이유이다.
첫 장을 다시 펼쳐두었다.
한번 다시 읽어보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이다.
(덧 : 그림과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소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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