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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 사랑한 문장들
  • 행복의 나락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17,820원 (10%990)
  • 2021-01-15
  • : 1,659
다섯 단편의 공통점은 결국 인간의 생이 환멸과 고통, 연민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건, 그 끝으로 향하는 어떤 결정적 순간들은 방향과 모양이 각기 다르다. 미혹되었으나 그 길로 가지않은 이도 있고, 그 길로 가다기 소중한 것을 잃은 이도있다. 또한 이미 끝인 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도 있다.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찬란한 어느 순간, 인생을 뒤흔드는 이와의 만남은, 도덕 등 사회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다. 변덕스럽고, 부조리하고, 충동적이다. 싸구려 큐빅같다. 그리고 인간은 어김없이 그 반짝이는 순간을 부여잡고 일생을 불나방처럼 살면서 제 젊음과 나머지 시간을 태워 없앤다. 설령 그 순간을 부여잡지 않고 돌아선 이 역시 미련 혹은 후회로 비슷하게 매듭지어진다. 어떤 방향을 향하든 ‘보아라, 파국’이다.

그런데, 이 파국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불완전함과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 찾아오는 세상의 확장이랄까, 긴장하며 아등바등하게 하는 어떤 쇠사슬이 스르르 툭 끊어진다.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반짝인 만큼 불안하게 살았을 피츠제럴드의 삶, 이를 고스란히 담은 그의 문장들은, 어쩌면 ‘엉망진창이어도 눈부신’ 인간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 건 아니었을까.

책 표지에 검은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여성의 그림이 붙어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의 내용을 이만큼 잘 표현한 그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가리고 있지만, 그녀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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