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나나 2024/01/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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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봄
- 한연진
- 14,400원 (10%↓800)
- 2023-11-30
- : 384
#숨은봄 #한연진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여느처럼 칙칙한 겨울 날, 화사한 봄을 닮은 그림책 한 권을 받았다. 숨은 봄이라니! 아직은 이른데? 하면서 펼쳐 보았다.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이야기야. 봄이 우리를 잊었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시린 날들이었지.”
책은 무리에서 홀로 낙오된 작은 새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새는 한참을 헤매다 새하얀 눈 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작은 집에서 아이와 조우한다. 아이는 창문을 열고 얼어붙은 새의 몸에 작은 숨을 불어 준다. 그렇게 작은 새와 아이는 함께 봄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할미새가 해줬던 이야기처럼 높고 높은 곳에 올라 봄을 만나러. 언덕을 오르면서 만나는 동물들. 고양이, 순록, 올빼미, 눈표범, 검은 거북은 하나 같이 봄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이와 작은 새에게 숨을 불어 주고, 호수를 건너게 도와준다. 어디선가 움트고 있는 봄의 숨결이 모여 아지랑이처럼 일렁인다. 책의 제목의 ‘숨은’은 두 가지 뜻이 아닐까. 곳곳에 숨어 있는 봄의 씨앗과 또 생명이 불어넣는 따듯한 숨. 여기서 봄도 계절 그대로 봄이거나 좋은 날을 은유하는 것 같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긴 무채색의 시간을 지나 색색으로 물드는 봄은 반드시 온다.
“우리는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봄이 오면 가장 작은 것들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이 세상 가장 높고 높은 곳에서 모두의 숨이 흩뿌려졌지. 하늘에서부터 땅속 깊은 곳까지 작고 작은 틈새, 뾰조록이 솟은 우듬지까지.”
“그렇게, 우리의 봄이 왔어.”
상투적 표현 하나 없이 봄 그 자체를 흠뻑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해가 조금 길어진 것 같다. 기나 긴 겨울 끝에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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