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을 열면
나나 2023/12/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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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대문을 열면
- 허은미
- 15,750원 (10%↓870)
- 2023-11-14
- : 463
갈수록 T가 되어가는 요즘 ^^; 떠올리면 감성촉촉해지는 어린 시절 기억은 잘 하지 않고 현재만 살기 바쁘다. 이 그림책은 누구나 품고 있는 어린시절 집의 기억으로 이끈다. 책의 배경은 7,80년대 서울의 동네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좁은 골목 길, 언덕 위 파란 대문에 살던 꼬마의 어릴 적 살던 동네와 집의 풍경이 생생히 그려져 있는데, 책에서 아이의 가족은 재개발로 인해 결국 살던 집을 떠나게 된다.
실제로 서울은 재개발, 재건축으로 어릴 때 기억하던 장소와 공간이 그대로인 경우가 드물다. 아파트키즈인 나는 어릴 때 살던 아파트가 그대로 남아있긴 하지만. 가끔 그리울 때 로드뷰를 한참 들여다보곤 하는데, 놀이터는 주차장으로 변해있고, 집 앞 상가들도 모습이 많이 변했다. 입시학원을 다니던 홍대 앞 미술학원 거리도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 자주 가던 분식집이 그리워서 찾아봤더니 아예 신축건물이 들어서서 실망했다는. 아무튼 이 책과 감성의 결은 좀 다르지만 나에게도 어릴 적 살던 곳을 그리워하는 무의식과 정서가 여전히 깃들어 있다. 언젠가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책에서 감동스러운 부분은 의외로 마지막 장이다. 파란 대문 집에 살던 꼬마가 어른이 되어 창 밖으로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거실에 앉아 있는 풍경. 아파트 발코니에 어릴 적 파란 대문 집을 꾸미던 그 보라색 나팔꽃 화분이 만개해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애틋한 그림 한 장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곁에 간직한 여인의 뒷모습에서 쓸쓸함과 충만함 둘 다 느껴진다. 너무도 익숙한 어른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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